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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질병들'기승' / 신종전염병 출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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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질병들'기승' / 신종전염병 출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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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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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말라리아서 홍역까지 '불안'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신(神)의 경고인가. 초식 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생긴 광우병으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선 이질, 홍역, 말라리아 등 후진국형 전염병마저 급속도로 번지는데도 방역 당국은 뒷북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화로 인한 여행과 교역의 증가, 지구의 온난화 등이 지금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을 확산시킬 우려가 크다며 철저한 전염병 관리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염병 확산 실태

국립보건원은 최근 광우병 파동이 심상치 않자 뒤늦게 인간 광우병으로 알려진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 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건원은 인간 광우병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의심이 가는 50세 이하 환자는 정부 지원으로 조직검사를 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와 보호자가 조직검사를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며 "축산물 검역실태를 점검하고 광우병 조기 발견 시스템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림대 의대 김용선(金龍善ㆍ미생물학) 교수는 "최근 인간 광우병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생겼지만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미국에선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죽을 경우 부검을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법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유행하던 고전적 전염병인 홍역은 올들어 더욱 기승이다. 지난 해 발생한 홍역 환자는 3만1,933명. 올 1월에도 7,216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올해 홍역 합병증으로 3명이 숨진 광주ㆍ전남 지역에선 백신이 거의 동났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보건소와 소아과마다 백신을 구하느라 난리다. 올해 취학할 어린이 중 2차 접종을 하지 못한 어린이가 40% 정도에 달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1997년 이후 백신 추가 접종률이 40%선에 그쳐 홍역의 대유행이 예상됐는데도, 보건 당국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백신 확보를 제대로 못한 게 홍역 확산의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잊혀졌던 전염병인 세균성 이질 환자도 지난 해 2,497명이 발생, 1996년 9명, 97년 11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연도별 전염병 발생현황을 보면 96년 1,277건, 97년 2,344건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 말라리아가 창궐한 98년 9,896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해엔 4만629명으로 99년(8,536명)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전염병 후진국'으로 전락해 올해 '한국 방문의 해' 행사나 2002년 월드컵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원인과 문제점

국립보건원은 환경오염과 세계적인 이상 기후, 면역체계의 약화, 인적ㆍ물적 자원의 교류 증가 등을 전염병 창궐의 원인으로 꼽는다.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하지만, 후진적인 전염병 관리체계가 전염병 확산을 더욱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방역사업을 담당하는 미국 질병통계국(CDC)의 1년 예산은 약 2조원.

지난 해 국립보건원의 방역 예산은 미국의 130분의 1에 불과한 150억원이었다.

전염병의 감염 경로를 밝혀 낼 역학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원은 지난 해 3월에야 역학전문가 양성제도를 마련, 공중보건의 20명을 시ㆍ도에 1명씩 배치해 놓은 상태다. 전염병 감시체계도 엉망이다.

가톨릭대 의대 이윤현(李允鉉ㆍ보건학)씨가 99년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의사 10명 중 6명은 전염병을 보건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며, 의사의 8.6%는 세균성 이질이 법정 전염병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 송재훈(宋在焄) 교수는 "생태계 파괴와 국가간 인적교류의 증가로 지금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새로 출현하거나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립보건원의 인력과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전염병 발생 감시 및 대책을 위한 공중보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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