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 부도로 1만명 가까운 아파트 입주자와 상가 계약자들이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게 됐지만 정부나 채권단 모두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정부 당국자들은 "피해자들의 처지는 딱하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한부신이 공기업의 출자업체라는 점을 들어 정부가 일정한 피해보상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가 계약자 속수무책
"사실상 공기업 정부서 일정 보상을"
한부신의 사업장은 모두 65개. 이중 31곳은 이미 준공이 됐거나 공사착공이 되지 않아 실제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아파트 5곳과 상가ㆍ오피스텔 29곳이다.
특히 상가와 오피스텔은 주택건설촉진법 상 분양보증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업체가 부도를 내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계약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건교부에 따르면 피해가 예상되는 상가 계약자는 29곳 3,576명으로 분양 선수금 손실액이 3,530억원에 이른다.
한부신 부도의 도화선이었던 분당 테마폴리스의 경우 1,770명의 계약자들이 이미 1,300억원의 임대보증금을 냈다.
그러나 시공사인 삼성중공업이 공사대금 1,276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저당권 가등기를 설정해 놓았고, 기술신용보증이 토지에 대해 별도로 960억원의 근저당 설정을 해 놓은 상태여서 이들이 경매를 통해 채권회수에 나설 경우 상가 계약자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아파트는 현재로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현재 사업이 진행중인 5개 아파트는 모두 대한주택보증의 공사이행 보증을 받아 놓아 공사에는 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공사지연에 따른 입주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입주 예정자들은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새로운 납입계좌를 통보받을 때까지 중도금을 내지 않는 게 좋다.
아파트 가운데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일산 탄현 큰마을아파트. 이 아파트는 1999년 완공, 입주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지만, 한화파이낸스가 한부신에 대한 250억원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이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해 놓아 입주민 2,588가구가 소유권 이전을 못하고 있다.
■정부ㆍ채권단 대책
"신탁회사지만 公자금투입 어렵다"
건교부는 대책반을 구성, 아파트 입주예정자와 상가 계약자들의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한부신이 신탁업법상 신탁회사이지만 업무성격상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도 "업체가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났는데 그것을 세금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느냐"며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교식 건교부 토지국장은 "탄현 큰마을 아파트의 경우 한부신과 한화파이낸스 간에 근저당 말소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한부신의 워크아웃이 계속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테마폴리스는 채권단과 삼성중공업측이 협의, 문제가 되고 있는 지하 버스터미널의 이전과 미분양 상가 해소 등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한부신 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거쳐 수익성이 있는 사업장에는 공사이행을 위한 자금지원을 계속하고, 수익성이 없는 사업장은 제3자 매각 또는 청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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