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경제를 상징하는 나스닥 시장에 큰 거품이 일어났다가 꺼지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3월 초에 5000을 넘어서며 1990년보다 11배 이상 올랐으나 그 이후 10개월 사이에 55%나 폭락했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나스닥 버블 붕괴를 이 시장에 한정된 독립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물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고, 미국의 전반적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도 있다.
우선 나스닥의 붕괴는 미국의 신경제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시사해준다. 지난 10년, 특히 1990년대 후반을 돌이켜 보면 미국 신경제의 원동력은 창조적 기술과 벤처캐피탈이었다.
창조적 기술은 경제성장의 엔진이었고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벤처기업들이 풍부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연료였다.
그러나 이제 나스닥 시장의 거품 붕괴로 과거와 같이 충분한 자금 조달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또 앞으로 몇 년간은 인터넷을 포함한 90년대 후반의 혁신적 기술 창조를 기대하기 힘들다.
다음으로 나스닥의 폭락은 주가와 거시경제변수 사이에 악순환을 예고해 주고 있다. 주가 하락은 부의 효과로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투자는 줄어들고 생산성은 낮아질 것이다.
직접금융시장에서 필요한 자본을 조달할 수 없다면 기업들은 은행 문을 두드릴텐데 은행 역시 주가가 떨어지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대출을 꺼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스닥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실물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주가를 더 떨어뜨릴 것이다.
미국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올 1월에 두 차례에 걸쳐 정책 금리를 0.5% 포인트씩 내렸다.
문제는 이와 같은 금리인하로 소비와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가이다. 과감한 금리인하가 오히려 소비자와 기업에게 심각한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소비와 투자 심리는 더욱 나빠질 수 있다.
나스닥 시장의 버블 붕괴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성장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만큼 우리도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