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경기에 다시 시동을 걸어보려는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행정부는 감세(減稅),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인하를 통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미국 경제당국의 모습은 경(硬)착륙 방지를 위해 재정과 통화, 즉 핵심 정책수단이 총동원된 보기 드문 공조라 할 수 있다.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FRB의 태도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한달만에 금리를 1%포인트나 내리는 과감성에 이어, 평소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부시행정부의 감세정책까지 지지하는 '화려한 변신'을 보여줬다.
체감경기의 냉각속도로 본다면 한국이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그런데도 행정부(재정정책)와 중앙은행(통화정책)의 공조 징후는 별로 보이질 않는다.
정부는 '예산조기집행'이란 어정쩡한 카드만 내민 채 "한국은행이 금리를 좀 내려줘야 하는데."라며 불평만 늘어놓고 있고, 한은은 "금리를 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기는 일단 재정으로."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긴축=선(善), 부양=악(惡)'이란 고정관념에 빠져 총대를 서로에게 떠넘기려는 인상을 역력하다.
미국과 특히 대조적인 곳은 한은이다. 중앙은행이 돈풀기를 싫어하는 것은 본능이지만, 죽어가는 경기를 보고만 있는다면 신뢰가 생명인 중앙은행을 신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가 즉효는 내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시장에 '한은이 경기추락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심리적 확신은 줄 수 있다.
결과론이지만 작년 10월 경기가 고꾸라지는데 금리를 올렸던 것처럼, 불붙는 경기에 기름을 붓고 식어가는 경기에 얼음을 뿌리는 오류는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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