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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입력
200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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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전공자, 연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대에는 자연현상을 '신화'로 설명했지만, 21세기는 '과학'이 설명한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도 자연현상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이해해야 할지 관심을 갖는다.인터넷 등의 매체가 발달하면서 과학기술정보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과학적 궁금증을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다.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연구정보그룹이 지난 해 3월부터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www.kao.re.kr)의 '질문상자'코너에는 벌써 1,200여 건의 질문이 올라왔다.

연간 방문자수도 '질문상자' 운영 전 12만~13만 명에서 약 20만 명으로 부쩍 늘었다.

주제도 우주천문 현상에 국한되지 않고, 과학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 과학 만물박사인 셈이다. 국립중앙과학관 등에서도 일반인의 과학적 의문을 풀어주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아직 소극적인 편이다.

천문연구원 성언창 박사는 "지구, 달, 태양, 별 등 천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느 과학 분야보다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서비스를 마련했다"며 "천문현상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문 내용은 지구의 자전, 달의 위상 변화, 블랙홀, 별자리, 우주의 형태와 나이 등 우주천문 지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원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태양의 흑점 활동과 역할, 태양의 자전, 플레어 현상과 델린저 효과의 관계 등 태양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다.

은하의 나이, 우주의 중심, 블랙홀, 펄서, 월식 촬영하는 방법 등 자주 들어오는 질문은 FAQ로 별도로 모아두었다.

하지만 자연현상을 종교적 신비현상으로 해석하는 질문이나 개인의 공상 등 비과학적 사실을 이론으로 주장하는 '엉뚱한'질문도 많아 연구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구약성서나 도(道)를 전파하는 사람에게 들었다며 "태양이 멈춘 적이 있다는데 맞느냐"고 확인하는 질문이 대표적. 과학적으로 관측된 적도 없고, 태양이 운동을 멈추려면 마찰력이 필요하지만 우주에는 마찰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 없으므로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이다.

태양이나 행성들이 한 줄로 늘어서는 '행성직렬'이나 십(十)자형으로 배열되는 '그랜드 크로스'는 세기말과 맞물려 지난 해 단골소재로 등장했다.

동영상을 보내주며 'UFO 추락장면이 맞느냐' 'UFO가 있다면 다른 행성에 외계인이 사는 것이 아니냐'며 UFO와 외계인에 대한 의문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역법(曆法)에 따르면 수ㆍ금ㆍ지ㆍ화ㆍ목ㆍ토성 식의 행성의 궤도 순서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나이든 어르신도 있다.

성 박사는 "인터넷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유사과학 등의 정보가 넘쳐나면서 엉뚱한 질문도 많이 늘었다"며 "과학으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개연성과 과학적 사실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숙제를 해결하려는 경우도 흔하다. 달이나 별을 관측해 가는 과제가 대부분이지만, "한 달 동안 달의 모양을 사진으로 찍어오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숙제이다.

그믐 달 전후에는 달이 태양쪽으로 가 있기 때문에 밤에는 달을 볼 수 없다. 교사들이 불분명한 과학지식을 갖고 숙제를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기상청과 천문대를 헷갈려서 구름, 비, 번개, 무지개 등 기상현상에 대해 설명해 달라거나, 위성 등 다른 과학기술에 대한 질문도 심심찮다.

천문학을 하고 싶다며 진로상담을 청하는 중고생도 많다. 성 박사는 "마땅히 질문할 만한 데가 없는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지개처럼 꼭 천문현상이 아니더라도 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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