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대미지(damage) 최소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기부 총선자금 지원 사건 등 정국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이 총재가 최전방에서 고스란히 상처를 입고 있어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실제로 이 총재는 최근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들에게 지지도를 추월 당하거나 오차범위 내 추격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선 최대 지지 기반인 영남권에서조차 여권 후보에 밀리거나 박빙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지도부의 우려는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게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 총재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현안이 돌출되는 바람에 일어난 한 때의 정체 내지 퇴보가 아니라 누적 타격의 결과일 개연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여권의 전략은 끊임 없이 이 총재를 싸움판으로 끌어 들여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며 "특히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 체제 출범 후 퍼붓고 있는 파상공세가 상당 부분 먹혀 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여권의 책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선 이 총재가 정쟁의 와중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당내 현실상 이 총재가 통상적 당무에서 벗어나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펼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선 이 총재로부터 상당한 권한과 책임을 이양 받은 당무집행 대리인이 나서 여권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경선 부총재들과의 역학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등 당 내부가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난점이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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