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인들의 말이 저질이란 사실은 새삼 개탄할 것도 못 된다. 그러나 요즘 여야가 대단찮은 사안에 쏟아내는 비방과 험구는 천박하고 재미조차 없는 썰렁한 개그를 듣는 듯 하다.비상한 대처가 절실한 국정과 민생에는 도무지 관심 없다는 듯, 어설픈 개그 경연에 허송세월 하는 것이 한심한 것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지하철 '민생탐방'의 연출 여부를 놓고 여야 대변인이 거품물고 다투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이 총재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한 시민이 한달 전에도 동원한 '전속모델'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비슷한 출근시간 대에는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있고, 달리 생각하면 주변에서 그럴 듯한 모양을 연출하려다 실수했을 수도 있으려니 짐작할 뿐이다.
과거 대통령의 민정시찰 때 그런 관행이 있었고, 요즘엔 이런 미디어 정치 이벤트에 시민 배역을 주선하는 전문업체까지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하찮은 일에 '민심조작'을 탓하며 국민의 용서를 빌라고 열 올리고, 이에 맞서 명예훼손 고발을 떠드는 행태다.
그토록 국정에 논란거리가 없어, 철없는 애들 같은 말다툼인지 묻고 싶다. 유권자 지지성향 파악을 언급한 여당 내부문건을 놓고 '위헌'까지 논하며 여야간, 또는 여당파벌끼리 다투는 것도 국민 권익과는 거리가 멀다.
안기부 예산전용 의혹을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도 무책임한 말 뱉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치인들의 말에서 '품격'을 기대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비록 저질이나마, 국정과 민생과 동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자면 자신들이 정치인 행세를 하는 이유 부터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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