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땅 한국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어찌나 낯설게만 느껴졌던지.음식부터 시작해 사람들 생김새까지 내가 알고 살아왔던 세상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인도 한편에 자리를 잡은 이동식 가판대에서 풍겨나오는 음식 냄새에 익숙해지는 일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장을 보러 나갈 때면 내 나라에서 보던 것들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제일 먼저 찾곤했다.
한번은 두부를 보고 그것을 매일 아침 터기의 식탁에서 보아오던 흰 치즈인 줄 착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나중에 두부인 줄 알고 어찌나 실망했는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허탈감을 모를 것이다.
사람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에 음식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매 식단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끼어 들어가 있는 김치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었다. "이렇게 매운 음식을 어떻게 먹나?"
하지만 지금 나는 먼저 김치를 찾곤한다. 비빔밥, 불고기, 갈비, 칼국수 같은 음식들은 마치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익숙히 먹어왔던 음식 마냥 맛있게 먹는다.
처음 왔을 당시에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웃고 난리를 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TV를 보면서 웃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부러웠던지. 시트콤 등을 보면서 한국인들과 같이 웃고 즐길 수 있게 된 나는 지금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물론 지난 2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도통 익숙해지지 못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서 몇몇 사람들은 공공장소가 마치 제집 안방인 듯 착각하고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껌을 소리 내어 씹어댄다. 이 소리에 갖은 노력을 다해 익숙해지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어떤 때에는 지하철에 탔을 때 이 소리가 들릴 때면 가능한 한 그 곳에서 멀어지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런데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칸칸마다 요란스럽게 껌을 씹는 사람이 한명씩 꼭 있는 게 아닌가.
또 길거리에서 침을 뱉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에는 침이 땅에 얼어붙게 되는데 그것을 보지않으려고 무척이나 노력한다.
서울같이 복잡한 도시의 전철이나 버스안에서는 단순히 밀리고 밀고 정도가 아니라 부딪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부딪히면 사과를 하는 것이 기본 예의인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는 척 지나간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져 다른 사람과 부딪혔을 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어 뿌듯했다.
이러한 일들은 아마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맨 처음 겪게 되는,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들일 것이다. 때문에 한국인들은 이런 종류의 문제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물론 또 한편으로는 한국인이라면 언제까지라도 고수해야 할 아름다운 모습들도 많다. 바로 한국인의 다정다감함과 도움주길 꺼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움을 주고 그 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갈 줄 안다.
또한 윗사람에게는 공경, 아랫사람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두 주춧돌로 이루어진 탄탄한 한국 가족 구조가 있다. 힘들면서도 아름다운 날들을 함께 나눌 줄 아는 가족관계는 곧 한국 사회의 미래에 믿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모든 가치를 서구적인 관점에 맞춰가는 시대이지만 이러한 장점은 부디 미국이나 여타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한국적인 가치로 게속 지켜나갔으면 한다.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을 남겨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셀축 촐락오울루 한국외대 터키어과 교수ㆍ터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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