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정문제가 정국의 핵심이슈로 부상했다. 여권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내에 법개정을 마치기 위해 서두르고 있으나 야권은 정략적 의도를 의심하며 반발하고 있다.또 여야 내부에서는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크로스보팅을 통한 법안 처리를 요구,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구가보안법 개저을 둘러싼 쟁점과 논란을 정리했다.
◇왜 지금인가
국가보안법 개정시기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 및 진보진영은 개혁입법 처리와 남북관계변화 반영 차원에서 더 이상 법 개정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나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서두른다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가보안법 개정을 서두르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당 안팎의 압력이 거세다. 김근태 최고위원 등 당내 개혁 그룹은 김중권 대표에게 "당의 개정 의지가 너무 약하다"며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정부출범 때부터 추진해 온 국보법 개정을 지금 못하면 임기 내 개정이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절박감도 배어 있다.
민주당은 또 국보법이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다.
법개정이 이뤄지면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권이 갑자기 속도를 내는 것에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서울 답방이 예정돼 있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판단이다. 일부에서는 "서울 답방 전에 보안법 개정 문제를 매듭 짓겠다고 약속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투표 어떻게
여야의 소장ㆍ개혁파들이 국가보안법 개정안에 대해 자유투표(크로스보팅)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야 지도부가 이에 반대하고 있어 크로스보팅이 당장 실시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 급진전에 따라 크로스보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고지죄 삭제 등 2~3개 조항을 수정한 개정안을 내놓을 경우 민주당 의원 115명 중 110명 이상이 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근태 김성호 정범구 의원 등 개혁파 의원들뿐 아니라 대다수 의원들이 손을 들어줄 것이다. 보안법 개정에 소극적인 보수파들도 결국 찬성쪽으로 기울 것 같다. 다만 재향군인회장을 지낸 장태완 의원 등 극소수가 반대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에선 의원 133명 중 110~115명 가량이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크로스보팅을 주장하는 김원웅 안영근 서상섭 의원 등 20여명은 보안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
김덕룡 이부영 손학규 김문수 이재오 의원 외에도 '미래 연대'에 소속된 남경필 김부겸 원희룡 오세훈 이성헌 김영춘 의원 등이 보안법 개정에 긍정적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보안법 개정에 적극적인 인사는 30여명에 이르지만 실제 찬성표를 던질 의원은 10~20여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민련에선 김종호 총재대행 등 대다수가 반대하지만, 장재식 송석찬 의원 등 '이적파' 4인과 정우택 의원 등 일부 소장파들은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또 비교섭단체 의원 5명중에는 보안법 개정 찬성론이 다소 우세하다.
전체적으로 보안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원이 5~10명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한나라당의 이탈표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크로스보팅 결과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당론을 정하고 이에 따라 투표하는 당론투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지않다.
민주당이 개정안 당론을 이끌어 낸다고 해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개정 반대 당론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부결이 확실하면 민주당도 당론투표를 밀어붙이기는 힘들다.
따라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보법 처리는 당론투표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여야의 절충을 통한 합의처리가 현실적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3당의 시각차가 커 이 또한 쉽지않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 무얼 바꾸나
■반국가단체 정의(2조)
반국가단체를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 결사 또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참칭 부분.
우리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비추어 스스로 정부임을 주장하는 북한은 자동적으로 정부를 참칭한 것이 된다.
급진전된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해석하는 정부참칭은 당연히 삭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장 의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남한을 적화통일 대상으로 규정한 북한 노동당 규약 과 형법이 바뀌지 않는 한 일방적인 개정은 '무장해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 찬양ㆍ고무죄(7조)
인권유린에 악용된 대표적인 조항으로 논란의 핵심이다. 민주당과 법무부의 당정조율에서 허위사실 날조 및 유포, 이적표현물 제작 등 나머지 조항의 삭제에는 의견이 좁혀졌으나 1항과 3항의 반국가단체 및 이적단체 구성 가입과 선전선동행위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1항과 3항을 존치하되 찬양ㆍ고무ㆍ선전의 행위를 구체화, 오ㆍ남용을 줄이자는 의견과 1항과 3항을 규합, '반국가단체를 선전선동의 목적으로 구성한 후 구체적인 행위까지 나간 경우'로 단순ㆍ명료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여야 소장파 의원들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찬양ㆍ고무죄의 전면 폐지를 주장한다.
■ 불고지죄(10조)
양심의 자유 및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국정원 등 공안 수사당국은 수사상의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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