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과 타협'이라는 기조를 유지해 온 정부 노동정책이 파업 등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강조하는 '강경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김호진 노동부 장관은 최근 언론계 인사들과 잇따라 가진 접촉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계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겠지만 비합리적인 주장이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그가 지난달 신년사에서 "노사 현안을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큰 변화로 해석된다.
2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도 김장관은 "노사문제를 법 테두리 내에서 원칙대로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불합리한' 노사관행을 개선하겠다"며 강경해진 정부의 자세를 드러내 보였다.
노동부 당국자는 이날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은 불법파업에 대해선 정부측이 수습을 위해 중재를 하는 등 '조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합법쟁의에 대해서는 협상을 최대한 돕는 반면 불법쟁의는 공권력 동원 위주로 처리한다는 올해 노사분규 대처방안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지난달 12일에는 불법농성을 벌인 혐의로 민주노총 울산본부 간부 4명이 구속됐고, 대검 공안부도 14일 전국 검찰에 지난해 공권력 훼손 사범 58건 관련자 가운데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202명을 전원 검거하도록 지시해 달라진 분위기가 확연히 감지되고 있다.
반전의 기미가 뚜렷해지자 노동계는 "지난해말 국민·주택은행 파업을 경찰투입으로 해결한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강경노선으로 치닫고 있다"(한국노총 정세분석보고서)고 주장하는 등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금융노조 파업 실패로 상처를 입은 한국노총 지도부, 힘겹게 재선된 민주노총 신임 집행부 등 노동계측도 강경투쟁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노·정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행정연규소 장경수 선임연구원은 "국민의 정부는 노사정위를 중심으로 하는 포용정책을 '동투'가 벌어진 지난해에도 유지했다"면서 "하지만 정책기조를 강경노선으로 선회함에 따라 갈등조정기구인 노사정위가 무력화하고 대규모 쟁의가 발생하는 등 노·정간에 큰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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