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27ㆍ회사원)씨는 얼마 전 최신 유행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 순위집계 사이트'를 검색해 봤다가 기겁을 했다. 순위에 오른 사이트 대부분이 음란물이나 불법 소프트웨어 제공 홈페이지였던 것.최근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중소 '순위사이트'들이 사실상 불법ㆍ음란 정보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공신력 있는 기존 순위사이트가 '한국인터넷이용조사결과표' 등 표본집단을 활용한 데이터에 근거해 객관적 분석을 시도하는데 반해 이들 사이트는 클릭수만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게 고작이어서 아무래도 음란물사이트 등이 상위순위를 점하기 마련.
문제는 이들 사이트를 통해 곧바로 해당 개별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어 순위사이트가 불법?음란물의 포털(Portal)사이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실제 G 순위사이트에 올라있는 '인기사이트' 60개 가운데 서너 개를 제외하곤 대부분 음란물이거나 불법 소프트웨어 자료실과 연결돼 있는 것들이다. 물의가 된 '백양비디오'와 '롤리타동영상'을 제공하는 사이트도 버젓이 순위에 올라 있다.
이들 사이트가 촉발하는 순위 경쟁도 부작용을 양산하는 원인이다. 송모(17ㆍ서울 H고2)군은 "사이트마다 경쟁이 붙어 실시간으로 최신 음란물을 갱신하기 때문에 손품을 팔고 귀동냥할 필요도 없다"며 "백양비디오와 롤리타비디오도 순위 사이트 몇 개를 검색한 뒤 간단히 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사이트는 '클릭수 몇 회 이상이면 음란물 한건 제공' '지난 주 20위로 밀려나 일주일간 사이트 폐쇄합니다' 등의 공지사항을 띄워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순위 사이트들을 통한 불법 소프트웨어의 무차별 확산도 문제다. 김모(28ㆍ회사원)씨는 "순위 사이트에 링크돼 있는 '와레즈(Where It Is)'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가득해 굳이 정품을 살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유해정보팀 김철환(金哲煥) 팀장은 "배너 광고 및 회원 유치를 위해 불법ㆍ음란물을 제공하는 사이트뿐 아니라 이를 집계하고 정보제공하는 매개행위도 불법"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요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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