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1일 공개한 북측 방문단 후보 가운데 2명이 6ㆍ25 당시 국군으로 입대한 뒤 전사자로 처리된 사람임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이라면 전쟁 중에 북측에 포로가 되어 미송환 된 국군포로 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이날 공개된 리기탁(73)씨는 경북 성주출신으로 수절한 부인(70)과 유복자로 알고 있었던 아들 태석(50)씨가 현재 대구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 사람인 경남 통영출신의 손윤모(67)씨도 50년 겨울 국군에 자원입대 한 뒤 같은 해 12월 인민군에 포로로 잡혀갔던 국군포로 임이 가족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리ㆍ손 두 사람은 전사자로 처리돼 국립묘지의 비석에도 이름이 올라있고 가족들이 그 동안 보훈연금도 수령해 왔다.
우리는 남북적 회담 등을 통해 이처럼 미 송환된 국군포로의 송환문제를 둘러싸고 북측과 많은 신경전을 해 왔다.
우리측의 국군포로 송환주장에 대해 북측은 "공화국에는 단 한 사람의 포로도 없다"고 이를 일축해 온 게 사실이다.
86년 국방부 전사편찬위가 펴낸 '한국전쟁 요약'에 따르면 6ㆍ25때 실종혹은 포로로 추정되는 국군은 82,318명이다.
이들 가운데 전사자를 제외하면 약 5만명 정도가 정전 후에도 북한에 억류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53년 10월부터 56년까지 인민군 소속의 이른바 '해방전사'신분으로 탄광ㆍ광산 등지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가 56년 제대와 동시에 북한공민에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포로 경험이 있는 인민군 출신 여성이나 월남자 가족 등과 가정을 이루기도 했다. 북한이 국군포로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까닭도 이들이 모두 그들 공민이 됐기 때문이다.
북측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리ㆍ손씨를 방문단 명단에 포함시켰다면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존재 자체를 부인했던 북한이 국군포로 문제를 이산가족 차원에서 풀어보려는 우리정부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의 전쟁터에서 포로가 됐지만 이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처자식을 두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포로라고 송환을 요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포로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국제법 등에 따른 해결보다는 분단으로 인한 고통 해소차원의 인도주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리ㆍ손씨의 경우는 이런 해결책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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