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로도는 멀다. 서울서 쉬지 않고 달려도 약 6시간 30분. 지루하다. 그러나 그 지루한 길을 즐겁게 바꿀 수 있다.가는 길 곳곳에 남도의 절경과 유적지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답사여행을 병행하면 어떨까. 돌 하나로 여러 마리 새를 잡는 알찬 여행이 될 듯하다.
▽구례-화엄사-섬진강-보성강-주암호-송광사-벌교-고흥 코스
황금 답사코스. 전남 구례로 가는 길은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에서 나와 남원-임실- 남원을 거치는 게 가장 빠르다.
구례에는 지리산 사찰의 대명사격인 화엄사(061-780- 2224, 이하 지역번호 061)가 있다. 절 입구까지 차가 들어가기 때문에 다리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된다. 각황전을 비롯해 국보 4점,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이 있다.
구례에서 18번 국도를 따라간다. 구례구(口)역에서 우회전하면 섬진강. 약 10㎞의 강변도로를 달리면 압록유원지가 나온다.
압록유원지는 보성강과 섬진강의 합수머리. 좌회전하면 다시 보성강을 따라 강변도로가 나 있다. 약 15㎞. 시퍼렇게 살아있는 보성강의 물빛과 강 양쪽에서 역시 파란 잎을 흔들고 있는 대나무를 보는 맛이 좋다.
호남고속도로와 만나는 창촌리에서 27번 국도로 갈아탄다. 오른쪽으로 주암호(749-7204)가 펼쳐지고 왼쪽으로 송광사(755-0107)에 오르는 길이 나타난다.
1992년에 완공된 주암호는 7억 700만 톤의 물을 가둘 수 있는 호수. 49개 마을이 수몰된 애사를 담고 있는 물이다.
호변을 감싸고 도는 도로는 이 지역의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이 높다. 현재 물이 많이 빠져 있다.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국내 3보사찰 중 하나. 역대로 큰 스님을 많이 배출한 대찰이다. 국보 3점, 보물 13점이 있다.
송광사에서 나와 다시 남쪽으로 약 18㎞ 정도 진행하면 15번 국도와 만난다. 15번 국도는 고흥반도의 들머리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을 거쳐 외나로도까지 이어진다.
▽승주-선암사-낙안읍성-벌교-고흥 코스
길눈이 어둡거나 복잡한 일정을 싫어하는 여행객에게 적당한 코스.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에서 나와 벌교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약 1㎞를 진행하다 다시 우회전하면 857번 지방도로이다. 이 도로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는 조계산도립공원의 동남부 능선을 타고 넘어 벌교에 이른다.
선암사(754-5247)는 승주나들목에서 약 5㎞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진정한 사찰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답고 품위 있는 절이다.
사하촌인 괴목마을 주차장부터 약 3㎞ 정도 걸어야 한다. 걷는 품에 비해 얻는 것이 많은 길이다. 꼿꼿하게 하늘을 찌르고 있는 삼나무숲, 무지개처럼 계곡을 가로지르는 보물 400호 승선교 등 시선과 발길을 붙잡는 것들이 많다.
선암사에서 나와 조계산을 넘으면 순천시 낙안면이다. 민속마을 중 국내 최초로 사적 제 302호로 지정된 낙안읍성민속마을(754-6632)이 있다.
1,410㎙의 성곽 안에 고을터, 동헌, 객사, 장터, 초가 등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다. 지금도 성 안에는 108세대가 실제로 생활을 한다. 민속마을에서 약 7㎞를 남하하면 벌교이다.
▽소록도
고흥반도에 들어섰다면 꼭 한 번쯤은 들러야 할 곳. 1916년부터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ㆍ요양 기관인 소록도병원이 문을 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수많은 아픔을 간직한 의미있는 섬이다. 고흥반도 서남쪽의 녹동항에서 1㎞ 떨어져 있다.
15분 간격으로 배가 왕복한다. 1936년 12월부터 3년 4개월간 연인원 6만여 명이 조성한 소록도 중앙공원이 압권이다.
환자들이 직접 가꾼 갖가지 나무들의 아름다움과 전체적인 조형미가 빼어나다. 출감하는 환자에게 강제로 정관수술을 했던 감금실과 검시실 등 환자들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 기념물들도 잘 보존돼 있다.
▽외나로도 대부분 민박 요즘은 숭어회가 제철
외나로도에서 가장 취약한 점이 있다면 숙박시설이다. 나로도항이 있는 신금리 축정마을에 프라자각(061- 833-6599), 금단여관(833-6703) 등 달랑 두 개의 여관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해수욕장 인근의 민가에서 대부분 민박을 친다. 나로도(신금리) 해수욕장에 신성민박(833-6735) 선창민박(834-4578), 염포 해수욕장에 염포민박(834-4029) 정다운횟집민박(833-6827) 등이 있다.
먹거리의 으뜸은 역시 회. 요즘은 숭어가 수족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듬회(이 곳에서는 일본식인 '사시미'라고 표기)가 4만~5만 원선. 매운탕이 곁들여진다.
이빨이 안 들어갈 정도로 꼬들꼬들하다. 아침에는 장어탕이 별미, 뼈를 발라낸 장어살과 우거지, 대파를 된장을 풀어 끓인 후 뚝배기에 담고 들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시원하면서 구수하다. 애주가라면 해장술 한 두 잔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나로도항에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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