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에다 목이 너무 아파 일요일에 진료하는 한 병원을 찾았지만 소용 없었어요. 병원 근처 5군데의 약국을 돌아다녔는데도 처방전에 적힌 약이 없어 의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대체조제를 하려면 처방전을 다시 받아가라고 하더군요.이런 게 의약분업 인가요?."(35세 직장인 주부)"아들(4)을 데리고 동네 소아과에 갔더니 진료한지 한달이 넘었다고 초진료를 내라더군요.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아프라는 겁니까, 아니면 한달 간격으로 정기검사를 받으라는 '배려'인가요."(29세 전업주부) 한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쏟아진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다.
의약분업이 1일로 시행 6개월째를 맞았지만 시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과 불만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의료개혁시민연합이 작년 말 녹색소비자연대, YMCA 등 29개 시민ㆍ소비자단체와 함께 서울 등 7개 지역 성인남녀 7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약분업 소비자 인식도 및 약국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는 갈 길 먼 의약분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의약분업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홍보가 절대 부족했다. 응답자의 65.3%가 오후 6시 이후나 공휴일에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가면 진료비 등이 할증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해열제, 소화제, 종합감기약 등은 분업에 관계없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응답자도 5명중 1명꼴인 20.4%에 달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도 의약분업 전에 비해 전혀 신장되지 않고 있다. 현행 약사법은 처방전을 2장 발행해 약국과 환자가 1장씩 보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무규정이 아닌데다 위반시 처벌규정도 없어 유명무실화한 상태. 응답자중 무려 74%가 "2장 발행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을 정도다.
약국의 처방 의약품 구비율도 20.4%에 그쳐 약 부족 현상이 여전했다. 그러나 약사가 환자에게 대체조제를 권유하는 비율은 44%로 작년 8월(61.2%)과 10월(50.2%) 조사때보다 떨어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윤미 의료개혁시민연합 간사는 "병ㆍ의원과 약국간의 담합도 큰 문제"라며 "이는 약품 오ㆍ남용을 부추키게 돼 시급히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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