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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어 사전 / 개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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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어 사전 / 개인기

입력
200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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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個人技): 개인의 기술, 특히 운동경기에서의 개인의 기량(민중서림 이희승 감수 엣센스 국어사전)"오늘도 개인기 부족과 전술 부재로 아쉽게 졌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 경기에서 지면 자주 등장하는 패배 원인이다. 이 때 개인기는 집단의 조직력과 대비되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가리킨다. 단체 경기가 있어야 개인기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요즘은 '숨은 장기'처럼 쓰인다. 특히 가수의 노래솜씨나 명사들의 행동거지를 그대로 흉내내는 것을 주로 일컫는다. KBS 2TV의 '서세원쇼'에는 아예 한 코너의 이름이 '개인기혈전'이다.

'개인기'가 이런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개그맨 심현섭씨 때문. 오랫동안 무명이던 심씨는 1999년말부터 김대중 대통령과 방송인 이다 도시를 모사한 우스개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것이 그만이 갖고 있는 장기라는 뜻에서 '개인기'라고 불렸다.

예전에도 '인간복사기'라고 불리던 코미디언 엄용수씨나 최병서씨 등이 정치인들을 모사해서 인기를 끌었지만 이들은 흉내, 그 자체로 그쳤다. 반면 심씨는 김대통령 랩이니 노태우 녹음기 식으로 명사들을 온갖 잡탕식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버림으로써 '개인기'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지금 TV는 말 그대로 '개인기' 홍수다. 코미디 프로는 물론이고 쇼 토크쇼연예뉴스 등 모든 오락프로그램은 대부분 '개인기'로 도배하고 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의 주철환 교수는 "TV 연출자들이 전달할 메시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웃음이 보장된 '개인기'에 매달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기'는 생활 속까지 침투했다. '둘이 모이면 묵찌빠, 셋이 보이면 삼행시, 넷 이상이 모이면 개인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선생님이나 연예인 흉내내기 등 개인기 대결을 펼친다(서울 성동여실 2학년 박은정 학생). 회사원인 선길규(30)씨는 "지난 연말 망년회 다섯 군데에 갔는데 그 중 3곳에서 개인기 대결을 펼쳤다"면서 "이제는 TV를 볼 때도 연예인들을 흉내내게 된다"고 말했다.

21세기 문화어 사전은 '개인기'를 이렇게 정의한다.

개인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표정을 재미있게 흉내내는 능력

용례: 너 개인기 하나 해봐라.

김기철기자

kimin@hk.co.kr

지금 한국인들이 쓰는 새로운 말을 '21세기 문화어사전'이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문화어를 알고 싶거나 소개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일보 여론독자부로 연락을 주십시오. 전화 (02)722-3124 팩스 (02)739-8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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