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실 신설을 통해 '금융시장의 검찰'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공무원 조직으로 신설될 조사실은 기존 금감원 조사국의 기능과 업무를 흡수하되 민간조직의 한계를 탈피, 계좌추적 및 압수수색, 혐의자 소환ㆍ조사 등 준사법적 권한을 휘두르며 강도 높은 '주가조작과의 전쟁'을 벌이게 된다.금감위가 이처럼 준(準)사법기구로 개편되면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와 같은 시장조사의 칼날을 휘두르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검찰에 못지 않은 막강파워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한국판 SEC'의 탄생 배경
금감위를 준사법기구로 개편하는 방안은 미국 SEC를 벤치마킹(본보기)한 결과로 풀이된다. 막강한 조사ㆍ처벌 권한을 쥐고 미국 월가(Wall Street)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를 강력 단속하는 SEC와 같은 기구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1929년 대공황 이후 SEC를 설립할 당시 주창했던 슬로건은 "증권(업계)에 진실(Truth in Securities)을 불어넣어 시장의 신뢰를 얻자"는 것. 이후 SEC는 작전 세력은 물론, 기업의 실적을 부풀리는 등 고객을 속인 투자상담사, 펀드매니저 등을 적발, 월가에 발을 못 붙이도록 '서릿발 감독'을 하면서 시장의 투명성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도 금융의 무게중심이 은행에서 증권시장으로 옮아가면서 '한국판 SEC'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작년 진승현씨의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이 드러나면서 증시 질서의 문란이 도를 넘어섰으나 이를 통제할 수단이 미약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망과 과제
신설 금감위 조사실은 시세조종, 내부자 거래 등 주식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와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 제재도 병행하게 된다.
현행법상 금감위의 업무인 ▦주식 대량보유 보고 불이행 ▦불법 공개매수 ▦유가증권 신고서 등 허위 기재 ▦기타 공시 및 감리 관련 위법행위 등에 대한 준사법적인 조사권도 신설 조직으로 일원화한다. 조사실이 신설되면 사건 발생 후 통상 1년이 지나야 마무리되던 주가조작 조사가 강력한 조사권을 바탕으로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조사의 강도도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방안이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를 가져와 금융감독 권한의 민간이양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금감위 권한의 비대화를 가져와 또 다른 비리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잡음을 없애려면 권한에 비례하는 강도 높은 윤리규범의 제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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