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중 국군전사자로 처리됐던 북한거주자 2명이 3차 이산가족방문단 북측후보에 포함돼 있다는 50년만의 '낭보'가 알려지자 가족들은 "꿈만 같다'며 영정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1일 북의 남편 리기탁(73)씨가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조금래(70ㆍ대구 서구 내당동)씨는 "전사했다고 해서 연금도 받고 국립묘지의 전사자 비석에 이름도 새겨져 있어 다시 만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통한의 눈물을 훔쳤다.
리씨의 유복자 태석(51ㆍ농업)씨도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유복자의 설움을 겪었는데."라며 감격해 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남편이 국군방위대로 입대한 뒤 조씨는 음력 10월28일 태석씨를 낳고 10여년전까지 경북 성주군 월항면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생활해 왔다.
조씨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편의 생사를 모르고 지내다 80년께 보훈청으로부터 전사통지와 함께 전해온 사망일(음력11월10일)을 기일로 잡아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다.
○.북한 거주자 손윤모(70)씨의 남동생 상모(65ㆍ경남 사천시 축동면 배춘리 신기마을)씨는 1일 새벽 형님의 생존소식을 전해 듣곤 부모님 선영을 찾아 통한의 50년 세월을 눈물로 씻었다.
3남1녀중 2남이었던 윤모씨는 19세의 어린 나이로 맏형 성모(1978년 작고)씨를 대신해 국군에 자원입대했던 비운의 주인공. 상모씨는 "20년전부터 가족회의 결정으로 중량절인 음력 9월9일에 제사까지 모시고 있는 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모씨는 전사자로 처리돼 사천읍 산성공원 충혼탑에 '육군 일등병 손윤모'라는 위패(位牌)가 모셔져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이동렬기자
dylee@hk.co.kr
■국방부 "北의도 몰라"신중
제3차 이산가족방문단 북측 후보 명단에 한국전쟁중 전사자로 처리된 리기탁씨와 손윤모씨 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자 국방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기록에 따르면 리씨는 군번이 육군 339606으로 1950년 12월10일, 손씨는 육군 8사단 16연대 소속 군번 0342356으로 같은해 12월30일 전사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들이 '국군 포로'인지 여부는 물론, 북한에 체류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아무런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태도는 북한의 의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응을 보일 경우 향후 국군포로 송환 및 가족상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북한측이 리씨 등을 최종 방문단 명단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국방부는 지난해 2차 이산가족 상봉시 납북어부 모자의 만남이 이뤄졌던 전례로 미뤄 리씨 등도 한국전쟁중 포로로 붙잡힌 사람으로 북측이 상징적인 조치로 가족 상봉을 추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방부는 한국전쟁중 행방불명된 국군 1만9,400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포로로 북한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현재 생존이 확인된 국군 포로는 351명이며 그동안 19명이 3국 등을 통해 귀환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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