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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나로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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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나로도에서

입력
200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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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 직원들은 경축 플래카드까지 준비하고 마을로 찾아왔다.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사진을 찍어 갔다.고즈넉하던 섬이 갑자기 부산해졌다. 지난 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우주센터 건설 부지로 확정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의 예내리 하반마을.

50여 가구 100여 주민들은 자신들의 터전이 유력한 후보지였음은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안을 지키느라 보상 기준이나 절차에 대한 사전 고지도 전혀 없었다.

"보상 많이 받고 여길 뜨면 뭐해. 이 물과 이 공기를 마시지 못하면 금방 죽어." 80을 넘긴 마을 어르신의 말씀은 짧지만 분명했다.

외나로도는 참 아름답고 깨끗한 섬이다. 지난해 전국의 해안과 도서를 통틀어 청정순위 2위였다. 그 중에서도 하반마을은 가장 인간의 손때가 덜 탄 곳이다.

사람이 산 지는 400여 년. 긴 세월 자연에 거스르지 않았고 자연도 그들에게 건강한 생활을 돌려 주었다. 400여 년 전부터 8, 9대를 살아 온 주민들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줄 아는 선량한 사람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우주센터를 첨단 과학과 아름다운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관광지로 꾸며 나가겠다는 약속을 빼놓지 않았다. 이제 이 섬은 사람들로 넘쳐 날 것이다.

동강댐 건설 논란이 동강을 유명하게 했듯. 곧 수많은 건설 인원과 소음이 섬의 정적을 깰 것이다.

특수를 누리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과학과 자연은 과연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을까? 하반마을로 향하는 비포장 도로. 벌써 길을 넓혀야 했는지 서너 대의 굴삭기가 아름다운 해안 언덕을 푹푹 깎아 나가고 있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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