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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소액진료 본인부담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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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소액진료 본인부담제 도입

입력
200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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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3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의료보험 재정의 만성적자를 완화하고 지나친 종합병원 선호에 따른 의료체계의 왜곡을 막기위해 일정 금액 이하의 진료비는 모두 환자가 내는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정부가 의료보험 재정 운용의 잘못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환자의 진료 기회를 축소하려 한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찬성] 가벼운 질환은 의원급 이용 유도해...

건강보험제도는 질병 부상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재활과 출산 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사회보장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아울러 보험원리를 이용, 가입자 모두에게 의료비 지출 부담을 분산시켜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가입자들의 생활안정을 해치는 고액진료비에 대해서는 그 부담을 분산시키는 반면 소액 진료비에 대하여는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보험재정의 안정적 운영차원에서 본인 부담수준이 검토 결정돼야할 것이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진찰료(초진 8,400원, 재진 5,300원) 전액을 본인이 부담토록 하고 있으며 진찰료를 제외한 나머지 진료비에 대하여만 보험을 적용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진찰료 금액만큼은 '본인부담제도'가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가벼운 질병을 손쉽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환자가 2,200원만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진료비 부담에 차등을 두는 것은 환자들에게 의료기관 선택에 있어 비용 부담에 관한 경제적 마인드를 갖게 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료기관 이용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가벼운 질병은 언제라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돼있는 반면 고액진료비를 부담해야하는 중증의 질병에 대해서는 그 보장 수준이 낮아 '진료할인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1월 31일 발표한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도의 도입 역시 그 일환인 것이다.

이 제도는 일정 금액 이하의 진료비는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토록 하는 대신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보장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건강보험제도의 원 취지를 갖추어나가기 위한 것이다.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는 경우에만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므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모든 의료기관에서의 소액 진료가 보험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히고자 한다.

앞으로 이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대상 병원의 규모, 상한 금액 등의 결정 과정은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거쳐 각계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노인 및 저소득층의 진료비 부담경감 방안과 절약되는 보험재정을 중증질환 보험급여 확대에 활용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다루어 질 것이다.

끝으로 종합병원 외래진료비 수준이 의원에 비해 3배정도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가벼운 질환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토록 하여 의료비 부담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의료이용 관행이라 할 것이다.

전병율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

[반대] 보험재정 위기 국민 떠넘기기 불과...

보건복지부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2001년 업무보고를 하면서 의료보험의 적자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의 재정은 심각한 위기국면에 놓여 있다. 금년 초 진료비지급불능 사태까지 우려되었으나 긴급 국고지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바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어온 일이었음에도 정부는 이렇다할 준비와 대책을 소홀히해오다 급기야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도라는 손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한마디로 지극히 행정편의적이고 안이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정부는 소액진료비의 본인부담을 통해 현재 취약한 고액의료비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절감되는 의료비는 현재의 재정적자를 보전하는 수단으로 쓰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재정적자를 국민에게 떠넘기고 전체적으로 보험혜택의 축소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또 소액진료비의 본인부담으로 당장은 의료이용이 줄지 모르지만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국민의 건강수준을 악화시키고 오히려 비용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더욱이 아직도 경제적 이유로 의료이용이 쉽지 않은 저소득층과 노인층, 그리고 장기투약환자의 건강은 심각한 위협에 처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이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비 증가원인은 의료소비자인 국민보다 오히려 공급자인 의료계와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에서 원인을 제공하는 측면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초까지 3차례에 걸쳐 수가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예상되는 적자의 대부분도 대폭적 수가인상에 기인한 것이다.

건강보험의 재정대책은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혜택의 축소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결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다.

건강보험 재정문제에 대한 대책은 먼저 진료비 상승을 초래한 원인부터 제거해 나가는 것이 옳은 순서다. 먼저 의료비용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

의료공급자에게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늘리도록 만드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는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포괄수가제, 인두제, 총괄계약제 등 행위별 수가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보수지불방식을 면밀한 평가 속에서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85%가 민간병원일 정도로 취약한 공공의료체계를 확대해나가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주치의등록제, 수가차등제 등을 통하여 1차의료를 실질적으로 강화해 나감으로서 국민들에게 적정 의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긴요하다 할 수 있다.

강창구 건강연대 정책실장

■'소액진료비 궁금한 것들'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도를 검토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전해진 뒤 얼마까지를 소액진료비로 볼 것인지, 적용 대상 병원은 어디까지인지, 또 정말로 의보재정 개선에 도움이 될 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소액진료비의 범위와 적용 대상

보건복지부는 얼마까지를 소액 진료비로 볼 것인지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용 대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방향이 서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원에서도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벼운 질병 환자들이 굳이 종합병원을 찾음으로써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중환자들이 피해를 보고있다"며 "우선 종합병원 외래환자들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1995년까지는 흑자였지만 그 이후는 계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96년 877억원, 97년 3,820억원, 98년 8,649억원, 99년 8,691억원, 2000년 1조114억원(잠정집계)으로 해마다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95년까지 연 180일이던 급여일수가 지금은 1년으로 연장되는 등 보험급여 기간과 대상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반면 의보 수가는 그만큼 오르지 못해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액진료비본인부담제도가 도입되면 올해만도 1조원 정도 급여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연대의 한 관계자는 "길게 보면 적자 감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수가체계 개편 등 정부 정책, 과잉진료 및 고급 의료장비 사용 등 공급자(병원) 부문에서 대대적이고 종합적인 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적자 해소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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