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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때아닌 경기부양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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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때아닌 경기부양 논쟁

입력
200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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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까지만 해도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의 구조조정만이 우리 경제의 살 길이라고 했다. 당시의 경제성장률은 9%를 웃돌았다. 한동안 과열경기를 걱정하기도 했다.그러나 4ㆍ4분기부터 경기가 급속한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제한적' 경기부양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이 때 문에 구조조정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선 구조조정, 후 경기부양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제한적인 경기부양은 구조조정을 후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필자는 그동안 지지부진한 금융 기업구조조정으로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된 것이 경기침체의 원인이라고 본다.

정부는 우선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만기가 돌아오는 비우량기업의 채권을 인수토록 했다.

아울러 신용보증한도를 작년보다 21조원이나 늘려 자금이 비우량기업으로 흐르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정부의 인위적 자금할당은 궁여지책이라고 하지만 기업, 금융구조조정을 후퇴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비우량기업으로 자금이 배분됨으로 우량기업이 자금조달에 불이익을 당한다. 또 비우량기업들은 돈 벌어서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일시적으로 대출을 확대해주더라도 빚만 늘어날 뿐 비우량기업이 우량기업으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언 발에 오줌 누듯" 일시적으로 부실기업들을 연명시키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의 재정지출의 3분의 2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한국은행도 신축적인 통화관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올해들어 자금시장의 경색이 풀리는 조짐을 보인다. 주가가 크게 올랐으며 채권시장에서 BBB신용등급 회사채의 차환발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자금시장의 숨통이 트이자 정부는 1ㆍ4분기 중 경기가 바닥을 치고 하반기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의 경기전망을 6-3-3, 즉 6% 성장, 3% 실업률, 3%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보았다.

정부가 침체된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회생을 위해서 구조조정을 착실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1ㆍ4 분기에 경기가 저점을 지나는지 여부는 확실치도 않고 사실상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이런 전망을 내놓는 것을 보면 정부가 아직도 우리 경제의 문제를 구조적이라기보다 경기순환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저 막힌 곳에 자금을 퍼붓고 금리나 내리는 등 경기부양책을 쓰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 같다.

최근에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산업생산활동이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게다가 미국 경기도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는 무엇보다도 구조조정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더욱 착실히 추진하는 것이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회복하는 길이다.

섣부른 경기부양과 낙관론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뿐 우리 경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기업런鳧?등 경제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았는데, 정부의 인위적 자금배급에 힘입어 채권 및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것을 너무 낙관적으로 봐선 안된다.

오히려 자금시장의 숨통이 트이고 경기가 다소 나아지는 동안 구조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웅 성균관대부총장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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