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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2명 지하철 '앵벌이' 체험 / "한파 몰아져도 인심은 훈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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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2명 지하철 '앵벌이' 체험 / "한파 몰아져도 인심은 훈훈했어요"

입력
2001.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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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따뜻하다는 걸 느꼈습니다."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 생애 최고로 따뜻한 겨울을 맞은 두 젊은이가 있다.

건국대 디자인학부 00학번 차훈일(26)씨와 같은 학교 항공우주공학과 97학번 김군용(24)씨가 그 주인공.

두 사람은 친구의 소개로 알고 지내다 우연히 알게 된 대구의 두 어린이 백혈병 환자를 돕자고 의기투합, 지난달 8일부터 하루 6시간씩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앵벌이 모금'을 해 벌써 300만원이 넘는 큰 돈을 모았다.

"승객들이 저희를 사기꾼으로 오해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거나 잡상인 단속을 나온 공익요원이 지하철에서 끌어내릴 땐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일체의 모금활동을 하는 것이 불법이란 걸 알면서도 성금액수를 한푼이라도 늘리기 위해 '앵벌이'처럼 모금함을 들고 다니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진짜' 잡상인이 "손님을 뺏긴다"며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고 '앵벌이 사기단'으로 몰려 파출소에 끌려가기도 했다.

김씨는 "한 40대 남자분은 모금함에 적힌 환자 보호자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에야 1,000원을 건네 주시더군요"라며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내가 아픈 아이들의 가족이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급정거하는 버스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치는 등 육체적려ㅍ탔岵막?힘들었지만 꺼져가는 두 어린 생명을 살리고 '우리 사회의 훈훈한 정'을 확인했다는 사실에 두 젊은이는 뿌듯하기만 하다.

"주머니속 동전을 모두 털어 내주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차씨는 "'수고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준 할아버지, '지금은 돈이 없으니 은행 계좌번호를 가르쳐 달라'던 아주머니, 단속을 나와 오히려 성금을 내준 공익요원 등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고 말했다.

각각 산업 디자이너와 경비행기 제작자가 꿈인 차씨와 김씨는 앞으로 방학 때마다 이런 모금활동을 할 계획이다.

"저희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신문에 나나요"라고 쑥스러워하는 두 사람은 "불우이웃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부족해 저희 같은 힘없는 학생들이 한푼두푼 어렵게 모아 도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라고 꼬집었다. "공익요원분들, 이제 지하철에서 저희를 봐도 단속하지 마세요."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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