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30여년간 초창기 여성.사회운동을 이끌며 대한YWCA의 현대적 성장기반을 마련한 박 에스더 선생이 지난달 30일 오전 4시(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 YWCA가 1일 전했다. 향년 99세.1902년 평남 강서에서 태어난 고인은 1살 때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민,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뒤 미국 YWCA연합회 직원으로 취업하면서 고국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한국이 혼돈을 거듭하던 47년, 대한 YWCA 고문총무로 임명받아 한국으로 파견근무를 나온 그는 여성 직업훈련, 지도력 양성교육, 해외파견 교육에 앞장서며 여성도 주체의식을 갖고 사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 주는데 진력했다.
특히 6.25 전쟁의 와중인 52년에는 미국 YWCA로부터 긴급 사업비를 지원받아 재건.구호활동을 전개했으며 전후에도 주한 외교사절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통해 한국이 외국의 원조를 받도록 일조하는 등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해 냈다.
대한 YWCA의 회원 활동을 정착시키고 지방 YWCA 조직을 구축해 '풀뿌리' 여성.시민운동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그의 공로했다.
미국 시민권자였지만 69년 정년퇴직으로 미국으로 귀국한 뒤 6개월만에 돌아와 80년 5월 하와이의 양로원으로 다시 한국을 떠날 때까지 대한 YWCA의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64년 이화여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재건국민운동본부 외국인 유공자 표창(62년), 대통령 공익포장(66년), 국민훈장 석류장 등을 받았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장례식은 9일 하와이에서 있으며 대한YWCA연합회는 6일오후 2시 명동 연합회 회의실에서 추모 예배를 갖는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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