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미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지명자의 한국관련 발언내용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부시행정부의 대한(對韓) 통상정책을 이끌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첫번째 공개 발언인데다가 내용도 상당히 자극적이다.
우선 한국의 특정기업과 정부정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까지 들먹인 점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청문회에서 최근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조치와 관련해 "WTO의 보조금 규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고 위반을 않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한다.
물론 가당치 않은 주장이다. 회사채 인수조치는 자금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WTO 규정을 원용하기엔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의 발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통상압력의 정치화'가능성 때문이다. WTO규정에 결코 무지하지 않을 죌릭 지명자가 어설픈 논리를 편 것도 의원들의 성화를 감안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가 보여진다.
"한국의 구조조정이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통상정책을 시비한 내용도 납득할 수는 없지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그들의 통상정책과 교역진출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면 어떤 것이든 문제를 삼을수 있다는 듯한 태도인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전통대로 자유무역주의 노선을 취한다면 한국도 결코 불리할 것은 없다. 문제는 미국 경기의 급속한 냉각으로 그 같은 자유무역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죌릭 지명자의 발언에서 보았듯이 부시정부는 일단 강성포석으로 나가는 듯 하다. 대미 통상협력 채널을 점검, 미국의 트집거리를 최소화하는 등 통상마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