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음악을 옛날 방식대로 재현하는 '원전연주'는 한국에서는 낯설다. 연주자나 연구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음반을 통해 고음악에 빠져든 애호가층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유럽에서는 자리잡은 지 오래다. 1950년대부터 원전연주 단체가 등장해 17, 18세기 바로크음악은 원전연주로 하는 것이 주류가 됐고, 최근에는 바로크를 넘어 고전ㆍ낭만음악까지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원전연주는 기본적으로 고악기를 써서 과거의 음악양식을 재현한다. 현대 악기가 등장한 것은 19세기의 일이고, 그 전까지는 악기ㆍ주법ㆍ편성이 오늘날과 달랐기 때문이다.
바이올린만 해도 바흐가 살던 바로크시대엔 활을 팽팽하게 조이지 않고, 줄도 강철이 아니라 양창자 꼰 것을 써서 소리가 더 작고 부드러웠다.
그때는 모든 악기의 음색이 비슷하고 음량도 비슷하게 작아서 소리가 서로 잘 섞였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2번을 보자. 이 곡의 편성은 오보에 바이올린 트럼펫 리코더이다.
바흐 시절엔 이런 편성이 음색 배합이나 음량 균형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현대악기로 연주하면 바이올린과 트럼펫 소리가 너무 커서 작고 사랑스런 리코더 소리는 묻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리코더 대신 화려한 플루트를 쓰기도 하지만, 음악의 인상이 달라지고 만다.
세월의 더께가 앉아 변질된 옛 그림을 복원하듯, 원전연주는 고음악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 새롭게 들려준다. 이는 단순한 복고 취향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의 원형에 대한 고찰 없이 갈수록 정형화하는 연주 경향을 반성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이고 혁신적이다.
독일의 고음악 앙상블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의 내한공연은 국내 무대에서 접하기 힘든 원전연주의 정수를 만날 좋은 기회다. '바흐와 그 양식'을 주제로 3일(토) 오후 4시, 7시 LG아트센터에서 음악회를 갖는다.
바이올린 연주자 라인하르트 괴벨(49)이 1973년 쾰른음악원 동료들과 함께 만든 이 단체는 주로 독일 바로크음악을 연주한다.
특히 하이니헨, 하세, 비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보물찾기'로 유명하다.
음반도 20여장 내놨는데, 독일 음반비평가상과 그라모폰상을 받은 하이니헨의 '드레스덴 콘체르티'(아르히브 레이블)가 국내에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무대는 괴벨이 직접 바로크음악을 설명하면서 연주하는 해설음악회로 진행된다.
4시 프로그램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의 다양한 바로크음악으로 륄리ㆍ텔레만ㆍ 스트리커ㆍ마르첼로ㆍ콘티의 곡을 들려준다.
7시 공연은 바흐 집중 탐구로 '비탄에 빠진 내 마음'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와' 등 바흐의 칸타타 다섯 곡을 연주한다.
스트리커의 칸타타 '도린다, 나는 떠나오'와 바흐의 칸타타 '가거라, 음울한 나날이여'는 독일 소프라노 프라우케 쉐퍼가 협연한다. (02)2005-0114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