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우정.' 아시아선수권과 올림픽예선전 등에서 적으로 맞서온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신치용(46ㆍ삼성화재) 감독과 전 일본대표팀 데라마와리 후토시(43) 감독이 올 겨울에는 굳게 손을 잡았다.한국배구를 체험하겠다며 지난해 12월20일 대한해협을 건너온 데라마와리 감독은 삼성화재 배구단버스 맨 앞자리, 경기 용인시 배구단숙소 등에서 한국배구를 배우고 있다. 슈퍼리그 개막 때부터 지방대회가 열린 울산 대구 등에도 어김없이 동행했다.
신 감독은 처음에는 '연수생'을 자청한 데라마와리 감독의 요청을 사양했다. 그러나 몇 년 째 교분을 쌓아온 그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데라마와리 감독의 일본은 1999년 12월 시드니올림픽 예선전에서 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데라마와리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수명도 더 이상 연장될 수 없었다. 하지만 늘 맞서기만 했던 사이는 물론 아니었다.
둘의 우정이 싹을 틔운 건 5년 전. 신 감독은96년 신생 삼성화재의 전지훈련지를 물색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고 그때 일본정상의 NEC 사령탑을 맡고 있던 데라마와리 감독의 도움을 받았다.
데라마와리 감독은 한국에게 일본의 블로킹 기술, 신 감독은 아시아 최고수준인 한국 수비력의 비법을 일본에 전해주기도 했다.
데라마와리 감독은 이번 유학을 통해 꾸짖고, 때로는 다독거리고, 선수신상을 꼼꼼히 챙기는 한국식 선수관리방식을 가장 인상 깊게 마음에 새겼다.
그는 슈퍼리그 2차 대회를 끝으로 "일본배구를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꿈을 안고 코치수업을 받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난다. 따라서 이들은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서로를 겨누는 적으로 코트에서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글=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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