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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광우병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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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광우병 신드롬'

입력
2001.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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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쇠고기 햄버거를 사달라는 딸(11)의 성화로 신촌의 햄버거 매장을 찾은 주부 박모(39ㆍ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씨는 광우병에 대한 걱정 때문에 치킨버거로 아이를 달래야 했다.박씨는 "유럽에서 광우병 파동이 불거진 이후 아이들에게 닭고기나 새우가 든 제품으로 바꿔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우려가 커지자 이 햄버거 회사는 "유럽산 쇠고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안내하라는 지침을 각 매장에 내렸다.

유럽에서 '공포의 질병' 광우병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불안심리가 번지고 있다.

가정마다 수입 쇠고기 소비를 줄이면서 대형 할인매장의 냉동육 매출액이 급감하고 우유 치즈 등 유제품 제조업체에는 고객들의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한국은 광우병 안전지대'라는 설득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대상은 쇠고기 육류제품. 경기 고양시 한 대형할인업체의 경우 지난해 추석이후 냉동육류 제품의 매출이 20~30%정도 줄었다.

매장관리 책임자는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최근 광우병 파동과 관련한 우려가 수입육 판매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수입 쇠고기 대신 믿을 수 있는 '동네 정육점'의 한우로 돌아선 지 오래다. 육류 수입업체에는 유럽산 뿐 아니라 미국이나 호주산 쇠고기도 안전한 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63빌딩 양식당 '스카이라운지'의 강정래(34)씨는 "주문을 하면서 '원산지가 어디냐'고 확인하는 손님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유럽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의 불안은 더욱 크다. 2년 전 영국과 독일 등지를 3, 4차례 여행한 박영수(朴榮洙ㆍ여ㆍ28ㆍ서울 강동구 둔촌동)씨는 "고기가 싸다고 해서 현지에서 스테이크를 마음껏 먹었는데 광우병 잠복기가 5년 이상 장기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걱정했다.

롯데관광 등 일부 여행사는 광우병이 확산되는 영국을 여행코스에서 제외시키는가 하면 식단에서 육류를 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광우병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된 유제품 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남양유업 마케팅 관계자는 "특히 유아용 분유와 관련한 문의가 1, 2건씩 들어오고 있다"며 "매출이 절반이상 감소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에서 광우병과 관련해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불안심리까지 잠재울 수 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고려대 권정혜(權貞慧ㆍ심리학) 교수는 "정부가 그 동안 식품관리에 많은 허점을 보여온 점을 고려한다면 시민들의 불안심리는 과도한 것이 아니다"며 "불안감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 처방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농림부는 31일 유럽에서 발생한 광우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쇠고기를 비롯한 수입 축산물에 대한 멸균 조건 등 위생기준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수의과학검역원에 지시했다.

농림부는 또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아직까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우유 및 유제품, 우피(소가죽) 등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보를 신속히 수집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조치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96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 3,403마리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며 앞으로 생후 2년 이상 된 소에 대해 검사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농림부는 지난해 12월 동물사료로 사용되는 유럽산 소의 혈분(血粉ㆍ말린 혈액가루) 수입을 금지하기 전까지 독일과 프랑스에서 소 혈분 3톤과 소ㆍ돼지 혼합혈분 194톤이 수입됐으나 모두 애완용 동물이나 어류용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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