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그제 끝났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정ㆍ재계 지도자들이 해마다 이맘 때 갖는 다보스 포럼의 변함없는 화두(話頭)는 '세계화'다.스위스 알프스 스키 휴양지에 모이는 거대기업 총수와 관료 및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가까이 한결같이 세계화의 미덕을 찬양하고 고무했다.
그리고 부(富)와 성장의 무한한 기회를 향한 비전과 의욕을 다지면서 세계화의 전쟁터로 돌아갔다. 그러나 올해 회의는 안팎 모두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다보스는 철도가 봉쇄되고 진압경찰 수천명이 에워싸 중세 성채(城砦) 처럼 변했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서다.
2년 전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등이 격렬한 시위로 난장판이 된 것을 아는 주최 측은 올 회의 주제도 '지속가능 성장과 격차완화'로 내걸었다.
또 후진국 지도자와 민간단체 대표를 대거 초청했다. 속내가 무엇이든 간에, 갈수록 높아지는 세계화 비판여론에 귀 기울이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세계화 주역들은 여러 폐해를 시인, 개선을 다짐했다. 30년 전 포럼을 창설한 제네바 대학 교수 클라우스 슈밥은 환경적 지속가능 성장, 빈부격차 완화, 문화적 정체성 유지 등 7대 과제를 제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반성을 '고해성사'라고 불렀다.
물론 전용 헬리콥터로 하산한 선진국 정ㆍ재계 지도자들이 현실의 이익다툼에서 금도(襟度)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헐벗은 후진국도 한 몫 챙길 시장으로만 보는 안목을 바꾸긴 어려운 때문이다.
■그러나 올 다보스 포럼에서 큰 흐름의 변화를 읽는 시각이 많다. 두드러진 것이 미국의 결장(缺場)이다. 정권교체 때문이지만, 경제침체 속에 그 매력과 세계화 추진력도 쇠퇴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서유럽 재계 지도자들에게 영미식 자본주의를 교육하는 모임이었던 다보스 포럼이 유럽대륙 전통의 '사회적 자본주의'의 미덕을 일깨우는 기회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세계화의 거시적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역사를 통찰하는 안목과 정치적 선택이 구체적 경제정책 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각됐다. 우리 또한 주목해야 할 변화다.
/강병태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