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담배 연기, 와인 그리고 묵직한 색소폰 소리. '재즈'를 이런 단어와 어울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편견' 이다. 적어도 웨이브의 재즈를 들어 본다면 말이다.'K-퓨전' 즉, 한국형 퓨전 재즈를 지향하는 4인조 밴드 웨이브가 두번째 음반 '지지(Zizzy, 붕붕 거리는)'를 냈다. 휴전재즈 그룹이 두번째 음반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뉴스'다. 거품처럼 일었던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재즈는 그곳에 남은 마니아를 중심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음반 판매만은 그다지 쉽지 않다.
경쾌함, 발랄함, 그리고 실험. '지지'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말들이다. 데이브 그루신이나 칙 코리아, 펫 멘시니 등 일련의 퓨전 재즈 그룹들의 음악보다 더욱 몸짓이 가벼운 그들의 음반은 연주에도 전 트랙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마징가 Z의 등에 올라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껴볼까. 그렇다면 '날아라 원더보이' 를 듣자. 쉽고 경쾌한 멜로디가 긴장을 풀어주는 곡으로 데이브 그루신 팬이라면 더욱 좋아할 만한 곡이다. 흑인 래퍼 터렌스의 거친 랩이 묘미인 '재즈 홀릭' 은 랩과 재즈를 절묘하게 섞은 곡으로 신세대 감성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고전적인 레퍼토리 '미스티' 는 더욱 경쾌해졌고, '모 베터 블루스' 를 연상케하는 'Scrapple From The Apple' 은 댄스분위기가 물씬하다. 두 곡 모두 클럽에서 녹음한 연주곡으로 현장감이 새로운 느낌을 준다.
노래만 튀는 게 아니다. 리더 김용수(30ㆍ색소폰), 박철우(32ㆍ드럼) 황인현(29ㆍ베이스) 고영환(25ㆍ건반) 네 멤버는 재즈판에서는 모두 경력 10년이 넘지만 외양은 힙합 그룹처럼 경쾌하다.
"재미있는 재즈는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즐거운 것 아닌가요. 100집까지 음반을 낼 생각입니다. 팬클럽도 있어요. 재즈가 답답하고 어려운 줄 알았는데, 신나서 좋다는 20대 초반 여성들이 많죠"
지난해 딸기소극장에서 매우 콘서트를 가졌던 게 큰 힘이 됐다. 펑키한 힙합, 스탠더드 재즈, 팝처럼 편안한 노래, 컨템포러리 재즈 등 멤버마다 취향과 지향이 다르지만 '퓨전' 의 틀 속에 서서히 녹아들어 다양한 분위기를 만든다. 3월부터 이들은 매주 공연으로 팬과 만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