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실험극장이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대표작 '에쿠우스'를 다시 올린다. 1975년 초연 때 관객 폭발로 국내 연극사상 처음인 예매제 실시와 6개월 장기공연의 기록을 남겼고, 그 뒤로도 쟁쟁한 배우들에 의해 수백 회 공연된 화제작이다.'에쿠우스'는 라틴어로 말을 가리킨다. 셰퍼는 말 26 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한 소년의 끔찍한 실화를 숨막힐듯한 긴장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여기서 말은 소년의 신이자 현대인이 잃어버린 자연과 본능의 황홀한 극점이다. 현실의 억압과 원초적 욕망 사이에 분열된 삶의 절규를 통해 인간의 자유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
소년의 깊고 어두운 내면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의사의 실존적 고뇌가 맞부딪쳐 격렬한 이중주를 이루면서 무겁고 충격적인 무대가 펼쳐진다.
2001년의 에쿠우스는 많이 달라졌다. 무대, 연출, 배우가 바뀌었다. 무대는 커졌다. 소극장을 떠나 800석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으로 옮겼다.
역 맡은 최광일의 스타탄생될지 관심
연출은 '레이디 맥베스' '나운규' '덕혜옹주' '첼로' 등에서 강렬하고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줬던 한태숙이 맡았다.
그는 토월극장의 깊은 무대를 활용해 역동성을 살리고, 소프라노의 현장 연주 선율과 말들의 괴성이 뒤섞인 음향으로 이 작품에 새로운 감각을 입힌다.
배우의 선택은 더 흥미롭다. 그동안 남자가 해온 정신과의사 다이사트 역을 이번엔 우리 시대 최고의 여배우 박정자가 맡는다.
그는 다이사트를 해달라는 연출가 한태숙의 제안에 깜짝 놀라면서도 대본을 읽고나서 너무 좋아 눈물을 흘릴 만큼 흥분하고 있다.
박정자 특유의 열정과 카리스마가 빚어낼 여의사 다이사트는 '에쿠우스'를 봤던 관객에게도 색다른 체험이 될 것 같다. 여배우의 역이었던 헤스턴 판사도 제 1회 김동훈연극상을 받은 명배우 한명구로 성이 바뀌었다.
주인공 소년 앨런은 최광일이 맡는다. '맥베스' '블랙 코미디' '휘가로의 결혼' 등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배우다. 그의 친형 최민식을 포함해 강태기 송승환 등이 이 역으로 떴다.
앨런 역의 배우는 스타가 된다는 에쿠우스 신드롬이 최광일에 의해 다시 확인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연 때마다 예술이냐 외설이냐 시비가 붙었던 이 작품에 이번에는 아예 전라 장면이 추가됐다. 앨런과 여자 친구 질(송희정 분)의 마구간 정사 장면에서 두 배우는 알몸으로 연기한다.
국내 초연 이후 26년 만에 원작의 요구대로 하는 것이다. 초연 때 여주인공의 팬티가 너무 짧다는 이유로 법에 의해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2월 9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764- 5262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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