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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은 '적자' 내심은 '불만'

입력
200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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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이 30일 북한과 합의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금강산관광사업 대금의 절반만 송금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현대아산이 '무례'를 강행한 표면적 이유는 이미 자본금이 잠식될 만큼 재정 상황이 나빠졌고 금강산 관광객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어 매월 1,200만달러를 송금할 여력이 없다는 것.

하지만 단지 이 같은 이유만으로 현대아산이 정부의 대북정책과 직결된 사항을 임의로 결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현대가 북한에 준 혜택과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태도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단 한 푼도 보내고 싶지 않다"며 "당초 합의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 분개했다.

1998년 6월 금강산관광사업 합의서 체결 당시 북측이 약속했던 관광지구 확대, 자율관광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또 기대를 걸었던 개성 관광이나 개성공단 부지 조성 문제 역시 지연되는 것도 현대의 속을 끓게 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선상카지노 허가, 면세점 설치 등의 문제를 외면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불만을 갖고 있다.

어쨌든 '공'은 일단 북한으로 넘어가 '절반 송금'을 북한이 암묵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금강산 사업 중단 선언 등의 극단 처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현대아산 관계자들은 "북한측도 우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월 600만달러도 적은 액수가 아닌데다 개혁ㆍ개방을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금강산사업 문제로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최근 현대아산의 송금액 감축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금강산 관광범위를 확대하고 온정리 내의 통행을 완화하는 안을 제시해왔다. 또 현대아산 관계자도 북한 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99년 민영미씨 억류사건처럼 금강산사업이 중단되거나 관광객들의 신병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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