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달 5일부터 국회가 열린다고 한다. 개의(開議) 첫 날의 국무총리 국정보고와, 그 이후의 3당대표 연설, 대정부 질문, 상임위 활동 등 월말까지의 의사일정도 여ㆍ야간에 합의가 됐다.신문들은 이 소식에 '국회 정상화'란 표제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연초에 소집된 제217회 임시회 회기(1.10~2.8)를 20여일이나 초과하고 나서 겨우 열리는 국회를 마냥 반갑다고만 해야 할지, 한편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를 열어 봤자, 의사를 원만하게 진행할 마련이 여ㆍ야간에 있어 보이지를 않으니, 더욱 그렇다.
지난 15대 국회 말미에 성립된 개정 국회법은 '국회의 연중 상시운영을 위하여' 연간 국회운영 기본일정을 정하되, 그 작성 기준의 하나로 매 짝수 달(정기국회가 있는 12 10월과 그 직전의 8월을 제외한 6 4 2월) 초하루에 임시회를 집회한다는 내용을 담도록 규정했다(제5조의2). 이에 따라 작년 말에 합의하여 작성한 기본일정은 2월1일 임시회 집회를 못박고 있다.
그러니까 국회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여ㆍ야 별도 합의 없이도, 새 달 초에 국회를 열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2월5일에 국회를 열기로 한 것은 지난연초 기본일정과 관계없이 야당이 소집한 임시회 회기가 계속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ㆍ야 합의는 217회 임시회기중인 5일에 국회를 열되, 그 회기가 끝난 다음 날에 2월 임시회(제218회)를 재소집하기로 한 것이다. 변칙이라면 변칙이다.
더구나 '국회 정상화'를 합의한 뒤에도, 여ㆍ야 간에 정쟁을 자제하는 듯 한 변화를 엿볼 수가 없어서, 찜찜한 생각이 더하다.
그 중에서도 걱정스러운 것이 여전히 상대방을 흠집내고 헐뜯는 막말과 욕설의 횡행이다. 그 최근의 보기가 지난 27일 여ㆍ야 합의가 있은 다음날, 이회창 야당 총재의 상도동 방문을 비난한 여당 대변인실의 논평이다.
이 총재가 "왕(王)총재를 찾아가 수렴청정을 간청했다"고 한 것이다. 공당(公黨) 대변인의 말치고는 매우 천박하다.
말장난이나 다름이 없다.
야당 쪽에도 이 정도의 막말은 흔하다.
역시 근래의 보기를 들자면, 지난 20일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창당 1주년 기념식 연설에 대한 야당 대변인 논평이 있다.
'히틀러, 괴벨스, 궁예를 연상시킨다'는 등의 말까지 나온 것이다. 역시 공당 대변이 할 수 있는 말이 못된다. 정치에 도움될 말도 아니다.
이와 같은 우리 정치권의 저질 말싸움이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그 도가 지나쳐서, 욕지거리가 일상화(日常化)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다.
그 앞장을 당의 대변인이 맞고 있으니, 욕설이 우리 정치권의 공용어(公用語)나 다름 없어진 꼴이다.
이래 가지고 정치가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상말은 정쟁을 부추기고 감정을 돋군다. 오는 욕, 가는 욕과 함께 쌓이느니 원한 뿐이다. 화해와 화합의 싹이 돋아 날 틈이 없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정치가 앞섰다는 나라의 정당치고 대변인이 무슨 큰 구실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대변인에 부대변, 거기에 두 자릿수의 상근요원까지 배치한, '욕설제조창'같은 대변인실 따위가 있을 까닭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도 대변인실의 구실을 한번쯤은 되짚어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국회 정상화' '정국 정상화'를 바란다면 여ㆍ야 각당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하리란 것이다.
'국회 정상화'라는 것이, 의회정치, 대의(代議)정치의 실현을 뜻하는 것이라면, 할말은 대의의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하고, 이에서 벗어난 대변(代辯)정치는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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