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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上海서 만난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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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上海서 만난 '대한민국 만세'

입력
200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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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했다는데 나도 이번 겨울방학에 상하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공항에서부터 우리나라 기업의 간판이 즐비한 것은 물론 공항 설비기구의 대부분이 우리나라 제품이어서 반가웠다.이 뿐 아니라 시내 어디를 가보아도 우리나라 전자, 건설, 라면, 타이어 공장이 있고 한글 간판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띠었다.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 소식을 접하고, 김 위원장도 이 현장에서 개혁ㆍ개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똑똑히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상하이는 중국의 개혁ㆍ개방의 상징이라는 의미 외에도 우리 민족에게는 항일독립운동부의 심장부였던 곳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의 방문이 더 뜻깊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와 홍구공원 내 윤봉길의사 기념탑을 참배했다.

공원입구에서부터 잡상인, 걸인들이 길을 막고 있어 가까스로 그들을 피해 기념탑 앞에 섰는데 초라한 차림새의 노인이 커다란 깡통을 들고 내 옆자리에 다가서는 것이었다.

얼른 다른 줄로 가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까 그 노인이 빗자루 같은 큰 붓으로 깡통에서 맨 물을 찍어 일필휘지로 '대한민국만세(大韓民國萬歲)'를 한자로 돌바닥에 적어 놓았다.

참배를 마친 한국 관광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습한 지역이어서 그런지 저녁 노을이 사라지도록 이 글씨는 마르지 않았다.

윤봉길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일본의 상해사변 전승 축하연에 참석한 일본군 최고사령관 사라카와 대장과 요시다 제함대 대장, 시게미츠 공사 등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

그리고 도망치지 않고 현장에서 체포되면서 의연한 자세로 외친 소리가 '대한독립 만세'였다. 이 노인은 우리에게 바로 그 소리를 들려주려고 나타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노인을 걸인인 줄 착각하고 그가 다가서는 것을 외면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얼른 그 노인에게 다가가 담배 한 갑을 주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 노인이 왜 거기서 '대한민국 만세'를 쓰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그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었다. 우리 모두가 잊고 있는 슬픈 역사, 그 속에 살아있는 '민족애', 그런 것들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자책을 해보는 기회였다. 개학하면 학생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양주석 충북 청주 대성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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