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권운동의 대부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장 허창수(독일명 헤르베르트 보타바) 신부가 내달 1일 제2의 고향 대구에서 환갑을 맞는다.대구 남구 대명5동 대구가톨릭신학원에서 재직중인 그는 10년째 파킨슨씨 병을 앓고 있지만 인권운동에 대한 헌신은 여전하다.
"병이 악화해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하지만 오히려 일할 시간이 늘어나 좋습니다.
우리 머리 속에서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여기는 전근대적 의식을 뿌리뽑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습니다."고 말하는 그는 걷기도 힘든 상태이지만 매일 기차를 타고 구미까지 가서 가톨릭 근로자문화센터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담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불법 체류와 저임금 인권탄압에 시달리다 못해 구미까지 내려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있다"는 한신부는 "대부분의 사회지도층이 국내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를 수입품쯤으로 여기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일침을 놓는다.
베네딕트회 신부인 그가 독일을 떠나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유신헌법이 공포되기 하루 전인 1972년 10월16일. 그는 75년부터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가입, 서슬 퍼런 유신정권에 정면으로 맞섰다.
당시 사무실조차 없던 앰네스티 회원들은 그가 기거하는 대구가톨릭신학원에서 모임을 열었고, 이때마다 전투경찰이 버스 10대에서 쏟아져 나와 신학원을 철통같이 에워싸곤 했다. 신학원과 같은 울타리에 있던 대명성당은 덕분에 '데모성당'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90년대초까지 관계당국의 감시를 받아온 그는 "외국인 신부라서 인권문제에 대해 하고싶은 말을 다할 수 있어 행운아"라며 "아직 국가보안법 등에 독소조항이 많이 남아있지만 한국의 인권은 엄청나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내달 3일 오후3시 대구 중구 동인관광호텔 12층 연회실에서 '허창수신부님 회갑연'을 연다.
대구=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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