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0일 정형근(鄭亨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DJ 1만달러 수수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발표, 10여년 넘게 계속돼온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DJ 1만달러 수수설'은 1988년 8월 서경원(徐敬元) 전 의원 밀입북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듬해 수사에 나선 안기부와 검찰은 서씨가 북한 공작금 5만달러를 받아 이중 1만달러를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건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99년 11월 정 의원의 부산집회 발언을 계기로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김 대통령의 1만달러 수수'가 사실이 아님을 스스로 뒤집고 말았다.
검찰은 우선 서 전의원이 1차 수사때의 진술을 번복, 1만달러 전달 사실을 부인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서 전의원은 99년 4월 정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89년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었던 정 의원의 고문 때문에 허위자백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안기부 직원을 조사, 정 의원의 가혹행위를 확인했으며 공소장에도 '서 전 의원이 자백하지 않는다며 왼쪽 눈 주위를 구타했다'고 명시했다.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1만달러 수수가 허위임을 반증하는 결정적 물증으로 환전영수증을 찾아냈다. 검찰은 "밀입북한 서 전의원이 귀국 당일 1만달러를 받아 은행에서 2,000달러를 환전했다"는 서 전의원 비서관 김모씨 진술과 영수증을 근거로 1만달러 수수설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만달러를 포장했다는 흰 봉투의 존재도 서 전의원과 동석했던 농민들로부터 사실이 아니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과거 수사결과를 이처럼 공식적으로 뒤집는다면 앞으로 누가 소신을 가지고 일하겠느냐"는 검찰 내부의 지적과 함께 수사결과에 대한 야당의 반발마저 감지되고 있어 정 의원 기소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정형근 기소 여야 반응
한나라당은 30일 검찰의 정형근 의원불구속 기소에 대해 "야당파괴 공작의 수순"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의원에 대한 기소는 전방위 릴레이식 야당파괴 공작의 시작"이라며 "치졸한 야당 목조르기 정치공작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장 부대변인은 이어 "검찰이 야당의원들을 닥치는 대로 기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면서 "여권의 장기집권 음모와 정권재창출 계획에 장애가 되는 인물들의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행동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검찰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정당한 검찰권을 행사한 것"이라면서 "정 의원 기소를 계기로 무분별한 폭로정치 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맞받아 쳤다.
김영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의원에 대한 고소고발이 무려 24건에 달한다면서 "정치인 사법처리는 불행한 일이지만 범법행위 처벌에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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