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열살 정도 나이를 더 먹은 것 같다." 2위그룹에 불과 1타 앞선채 4라운드를 시작한 박지은(22)은 전날 "마지막날 마지막 조로 나서 져 본적이 없다"며 큰 소리칠 때와는 달리 막상 우승이 확정되자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하지만 블루몬스터코스(파72)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듯 푸른 셔츠를 입고 나온 박지은은 결국 장담대로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박지은이 29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럴리조트 블루몬스터코스에서 끝난 미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오피스 디포(총상금 82만5,000달러) 4라운드서 버디2개 보기1개로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6언더파 280타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1라운드는 파70 레드코스서, 나머지 3라운드는 파72 블루몬스터코스에서 치러졌다.
우승상금은 12만 3,750달러. 이로써 지난해 6월 캐시아일랜드 그린스닷컴 이후 갈비뼈 부상 등으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박지은이 7개월만에 프로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또 박세리(24ㆍ아스트라)의 개막전 우승이후 한국여자골퍼가 올 시즌 3개 대회 가운데 2개 대회서 정상을 차지했다.
캐리 웹(27ㆍ호주) 미셸 레드먼(36ㆍ미국)과 함께 1번홀부터 출발한 박지은은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샷이 불안, 온그린에 애를 먹었지만 위기마다 퍼팅이 제대로 들어가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특히 대회 3연패(連覇)와 시즌 첫 승을 동시에 노린 웹의 추격이 거셌다.
웹은 5번홀서 첫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로 뛰어올랐다. 반면 박지은은 8-9- 10번홀을 버디, 보기, 버디로 마무리하면서 다시 1타 앞서나갔다. 파4의 16번홀(350야드)서 박지은은 티샷이 왼쪽벙커로 떨어졌고 세컨샷마저 그린 옆 벙커에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벙커샷을 핀 60㎝ 옆에 붙인 뒤 파로 마무리, 버디기회를 놓친 웹의 추격을 불허했다.
왼쪽에 워터해저드가 자리해 곧잘 역전승부가 연출돼 '블루몬스터'로 불리는 마지막 18번홀에서도 박지은은 공격적으로 그린을 공략, 1타차 우승을 지켰다. 웹은 스바루메모리얼 이후 2주연속 2위에 그쳤다.
한편 박세리는 5오버파 291타로 공동48위, 김미현(24ㆍⓝ016)은 9오버파 295타로 공동51위, 장 정(21ㆍ지누스)은 12오버파 298타로 공동61위에 머물렀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18번홀 '배짱티샷' 성공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 솔직히 두려웠다. 드라이브샷이 자꾸 왼쪽으로 휘어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홀까지 2위 캐리 웹(27ㆍ호주)과 1타차여서 누구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던 순간.
박지은은 LPGA투어 통산 22승을 거둔 웹과의 대결을 앞두고 모험을 감행했다.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릴 염려가 없는 오른쪽에 갖다 놓은 웹과 달리 과감하게 왼쪽을 공략했다.
4라운드 내내 티샷이 훅이 나서 파세이브 위주로 안전운행을 하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시도였다. 바람까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어 해저드에 빠질 수도 있었던 티샷은 물을 건너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갤러리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그 순간 박지은은 우승을, 웹은 역전우승이 버겁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박지은은 세컨샷을 핀 6m옆에 붙인 뒤 2퍼팅, 파로 마무리했다. 웹은 5m거리서 마지막 버디를 노렸으나 실패, 준우승에 머물렀다.
1963년부터 미 프로골프(PGA)투어 도럴라이더오픈의 대회장소로 자리잡은 블루몬스터코스는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LPGA투어 대회가 처음 열린 올해에도 79명중 단지 9명만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특히 18번홀은 역전승의 무대로 알려져 있다. 왼쪽으로는 워터해저드가 길게 누워 있고 오른쪽에는 나무와 벙커가 버티고 있어 티샷 실수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하지만 박지은에겐 아마추어시절인 95, 96년 도랄주니어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던 곳이었다.
물론 그때부터 5년이나 흘러 코스에 대한 기억은 어렴풋했지만 3라운드를 끝냈을 때부터 우승을 예감할 정도로 익숙한 코스였다. 결국 박지은은 인연이 깊은 블루코스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한꺼번에 털고 힘차게 재도약했다.
■박지은 일문일답
"올해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 아마추어 시절 55승을 거두고 지난해 프로에 뛰어들 때만 해도 박지은의 시대가 곧 올 것 같았다.
하지만 루키시절 우승을 한 번밖에 하지 못한 데다 부상악몽에 시달리며 신인왕마저 도로시 델라신에게 내줬던 박지은은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온 포부를 우승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털어놓았다.
_우승의 원동력은.
"드라이브샷이나 아이언샷이 여러 차례 괴롭혔는데 퍼팅감이 좋았다. 특히 드라이브샷이 훅이 자주 돼 걱정이 많았다. 시선을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한 것이 퍼팅에 도움이 됐다."
_언제 우승을 예감했나.
"18홀을 모두 끝낼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18번홀서 드라이브샷을 날렸을 때 우승예감이 들었다. "
_캐리 웹과 한 조를 이룬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배울 점이 많은 톱랭커들과 라운딩을 해 오히려 편했다. "
_캐디 봅 캔들과의 호흡은.
"잘 맞는다.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_앞으로 계획은.
"아마추어와 퓨처스투어를 포함, 통산 62번째 우승이다. 골퍼로서 항상 정상에 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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