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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정일 新사고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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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정일 新사고의 딜레마

입력
2001.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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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상하이 방문과 '신사고'의 강조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드디어 북한이 중국식 개혁ㆍ개방정책으로 나서는 징조가 아닌가 하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그러나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신사고'로 불릴 만한 실질적인 변화가 북한에 있는 지 없는 지, 혹은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보기 위한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점을 정리하고 싶다.

북한이라는 나라의 아이덴티티는 ①남한의 적화통일이라는 국가 목표 ②정치적으로는 수령에 의한 유일지도체제 (독재) ③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의한 자급자족의 3요소로서 성립되어 있다. 이런 것들에서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인가?

10년 전 소련의 붕괴 이후 북한의 국가 목표는 적화통일에서 현 체제의 유지로 비중이 옮겨갔다. 이것은 92년 이후 계속해서 미국에 의한 체제의 보장을 추구해온 것을 봐도 명확하다.

작년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는 체제 유지의 방법으로 남북의 평화공존을 향해 한 걸음 내딛은 것처럼 보인다.

아직 검증의 여지는 남아 있지만 김 위원장은 남북 화해 → 긴장 완화 → 미국과의 평화협정 → 주한미군의 축소 → 통일 지도자로서의 위상 향상 → 정통성의 유지라는 전략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환영할 만한 '신사고'이다.

한편, 90년대 초부터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수정, 즉 부분적인 개방 (외자도입)과 부분적인 시장경제 원리 도입 (분조제ㆍ 농민시장 등)의 시행착오를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생산성 향상과 연결되지 못한 것은 주로 에너지ㆍ 운수 등의 인프라 정비와 농기구ㆍ비료ㆍ 농약 등의 생산재의 제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리를 농업 공업 상업 운수업 금융 등 모든 산업 분야에 도입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며, 이것이 '신사고' (개혁)의 기준이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다른 나라식의 낡은 틀과 관례를 전면적으로 검토하라"고 말한 것은 중요한 징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개혁, 다시 말해 시장경제 원리의 도입은 수령에 의한 독재체제와 근본적으로 상충하는 개념이다. 왜냐하면 개인 혹은 기업 등의 경제단위가 개인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경제활동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시장경제이기 때문이다.

독재 하에서는 개인주의가 대죄였다. 그러나 시장경제 하에서는 독재가 대죄이다. 이것이 북한이 안고 있는 최대의 딜레머이다.

수령에 의한 독재에 변화가 있을 것 인지가 바로 김 위원장의 '신사고'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최대의 기준이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아직 없다. 그러나 위대한 연출가이자 배우인 김 위원장은 어쩌면 지금부터 독재의 가면을 벗고 개인주의의 구도자를 연기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기시 도시로前NHK서울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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