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신 금리 5%대가 예고되는 등 초저금리시대에 접어들면서 240조원 규모에 달하는 시중 부동성자금이 제2금융권과 증권시장으로 대거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29일 한국은행이 분석한 '최근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무려 5조2,441억원이 빠져나갔던 투신사의 MMF(머니마켓펀드) 상품에 이달 20일 현재 7조6,628억원이 몰렸으며, 1조원 이상 이탈했던 증권시장 예탁금도 2조8,82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6,709억원, 12월 7,745억원 등 지속적인 자금 이탈로 빈사 상태에 직면했던 종금사의 수신도 올들어 20일 현재 5,062억원이 증가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105조원ㆍ이하 20일 현재) 요구불예금(28조원), 6개월 미만 정기예금(45조원), 투신사의 MMF와 단기채권형상품(51조원), 증시 고객 예탁금(8조9,000여억원)등을 부동성 자금으로 꼽고 있다.
안전성에서 수익성으로 전문가들은 지난해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을 앞두고 '우량은행 예금'이라는 안전지대에 대피해 있던 자금들이 최근 시장 불확실성 감소, 증시 활성화 등에 힘입어 수익성을 좇아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예금부분보장제의 보호 대상이 아니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수익성이 좋은 투신사 MMF에 자금이 대거 몰리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부동산 임대사업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H은행 서초지점 김모(33)대리는 "고객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는 너무 낮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자니 불안해 부동산 임대업을 해보겠다'며 수억원씩 인출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임대 전문 컨설팅업체들에는 외국인 임대용 고급빌라, 전철역 인근 등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소규모 건물, 임대용 다가구주택 등 투자문의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상황 따라 이동 폭증 가능성 제2금융권 이동 자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은행권의 저축성 예금도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20일 현재 은행권의 저축성예금 증가액은 9조7,190억원에 달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더욱 떨어질 것에 대비해 미리 저축성예금에 가입하려는 고객도 증가하고 있는 것.
한국은행 정희전 통화운영팀장은 "금융기관 고객들은 투자 수익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고객과 낮은 금리에도 안전성을 노리는 고객으로 양분되고 있으나 저금리ㆍ안전형 상품 가입 고객들의 심리적 동요가 심한 상황"이라며 "최근 조정기에 돌입한 증시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 할 경우 증시로의 자금 이동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