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이수현씨의 의로운 죽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이수현씨의 의로운 죽음

입력
2001.01.30 00:00
0 0

일본 도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고 몸을 던졌다가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의 의로운 죽음은 한일 양국 국민들을 숙연케 하는 차원을 넘어 양국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이씨의 죽음은 분명 이기주의가 극치에 달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것이다.

투철한 살신성인의 정신과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씨의 죽음은 우선 양국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씨가 다니던 도쿄의 일본어 학교에 마련된 빈소에는 조문객이 끊이지 않고, 이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추도의 글이 잇따르는 것 등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의 죽음이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애도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를 계기로 한일 두 나라는 더욱 친숙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씨를 보내면서 양국 국민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의 죽음은 단순히 한 자연인이 위기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하고자 했던 인도적인 것이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상징성이 큰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이씨의 일가는 일본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의 증조부는 일본에서 원인 모르게 사망했고, 조부는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가 탄광에서 말 못할 고생을 했다.

그 때문에 아버지도 오사카에서 태어나 여섯살이던 1944년에 귀국했다. 4대에 걸쳐 우리 민족의 아픔을 치열하게 겪은 집안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을 모르는 '전후 세대', 특히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도 이씨의 죽음은 양국간 미묘한 감정 대립을 해소시킬 요인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씨의 빈소를 찾은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의 "이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한일 우호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이씨의 죽음을 쓸데없이 미화해서는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언급대로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려다 운명한'것으로, 이는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가치다.

이 점으로부터 양국은 다시 출발해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진정으로 가까운 나라'가 되는 것이 그의 죽음을 값지게 하는 것이고,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오늘 그의 유해가 고향 부산으로 돌아온다. 삼가 명복을 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