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의 '여왕'은 누구인가. '반상의 철녀'루이나이웨이(芮乃偉)? 십중팔구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여류 바둑계라고 쿠데타의 역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 예리한 두뇌와 막강 파워를 지닌 신예들이 루이의 권좌 주변에서 호시탐탐 반란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이번엔 '여전사'박지은 3단을 주목해 보자. 박 3단은 2월 12일 시작되는 제2회 흥창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전년도 챔피언 루이와 맞붙는다. 우승상금 3,000만 원의 흥창배는 명실상부한 여성 바둑 '세계 최강'을 가리는 대회.
4강전에서 루이 9단은 옛 보해컵 우승자인 중국의 장쉔(張璇) 8단을 불계로 꺾었고, 박 3단은 여류국수를 지낸 윤영선 2단을 2집반 차이로 제치고 결승에 올랐다.
두 기사의 역대 전적은 3전 전승으로 루이의 일방적 우세. 하지만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여자 유창혁'으로 불릴 만큼 매서운 공격력을 인정받아 온 박 3단은 지난 해 '바둑황제'조훈현을 비롯해 서봉수 9단과 유창혁 9단 등 정상급 기사들을 한차례씩 무릎 꿇게 한 뚝심과 배짱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수읽기와 공격력이 놀랄 만큼 정교해지고 있다는 평. 반면 루이는 지난 해 초 남녀통합 국수에 오르며 맹위를 떨치더니 하반기부터 남성 신예 기사들한테 연전연패를 당하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기사는 흥창배의 전초전 격으로 30일부터 제2기 여류명인전 도전기(3번기)에서도 맞붙는다. 이 대회에선 거꾸로 루이가 초대 여류 명인인 박 3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격으로 시작해 공격으로 끝난다'는 전투 바둑의 달인들이 과연 어떤 싸움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한국기원은 2월 12, 14, 16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흥창배 3번기를 바둑TV를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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