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이 땅에 살면서 사람 값을 하기 위해 분투했던 한 사람의 실화가 책으로 나와 화제이다. 의사 고명인의 '나도 세상에 태어난 값을 하고 싶다'(명진출판)란 책이다.이 책은 포기와 좌절을 딛고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 사회의 관행은 물론 자기자신과 싸워 이긴 짧지 않은 여정을 담고 있다.
■'현모양처'는 오늘 날의 우리 사회를 있게 한 원동력의 하나이다. 적어도 이전까지는 여성은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이 가치관에 따르도록 세뇌당했다.
현모양처의 내조를 받은 남성들은 자기능력을 비교적 쉽게 개발하여 오늘날의 먹고 살만한 나라를 만들었고 온갖 지위와 영예를 향유할 수 있었다.
반면 여성들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밥하고 청소하며 아이 키우는 일에 시달리다가 사회의 약자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딸들도 아들과 똑같이 교육받을 기회를 갖는다. 그렇지만 딸들이 사람 값을 하는 길은 여전히 막혀져 있는 상태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전근대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상당수 타파되었으나 남녀 불평등관계는 사회 모든 분야마다 아직도 여전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대학문을 나서는 여학생이 약 10만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또 여성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취업 등에서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저자 고명인은 대학 졸업후 직장여성, 아나운서, 전업주부를 거치며 사회의 관행과 차별 그리고 불리한 규칙에 맞섰다. 그러나 결과는 일방적인 패배였다.
대안도 없이 사표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잘 안다. 결국 약자인 여성에게 자격과 능력만이 의지가 될 것으로 생각해서 27세에 재수를 시작, 또다시 대학에 도전했다.
보통 주부들에게는 꿈같은 일이지만 저자는 마침내 만학의 어려움을 이겨냈고, 의사로서 자기 자리를 찾았다.
여성부가 설치돼 업무를 시작했다. 여성도 태어난 값을 제대로 하는 사회가 열릴 수 있을까. 그래도 기대는 해보자.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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