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9일 충남 천안의 당 중앙연수원에서 열린 의원ㆍ지구당 위원장 연찬회를 통해 '정경분리'의 정국대응 가닥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국가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경제와 민생문제 등에 대해선 국회를 중심으로 총력을 기울여 대처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정권의 비열한 공작정치에 대해선 국민의 힘을 결집해 강력하게 분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총재는 우선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을, '국정실패를 덮고 야당을 파괴하려는 장기집권 음모'라고 거듭 규정했다. 한나라당을 상대로 한 법무부의 94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서도 "진실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야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저급한 정치공작이 아닐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이 정권의 공작정치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 시간에 선후와 경중이 무엇인지 헤아려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함으로써 당내에서 불거져 나올지 모를 이견과 잡음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경제 살리기 등 민생 문제에 대해선 '철저하고도 강력한 원내 투쟁'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국회를 외면한 무한투쟁은 그 자체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뿐더러, 국회가 열려 있어야만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 등 정치적 사안들을 쟁점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총재는 열흘 가까운 칩거 기간에 많은 생각을 하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면서 "안기부 자금의 구 여권 유입 사건은 당의 존망(存亡)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게 이 총재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말했다.
천안=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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