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살아온 선조들의 사랑 방식은 어떠했을까?원재길씨의 새 장편소설 '적들의 사랑 이야기'(민음사 발행)는 이런 물음의 답을 구해 본 이야기이다.
그의 상상력은 석기시대에서 씨족사회를 지나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현재까지 이어진다. 다섯 편의 연작이 하나의 틀로 꾸며진 소설은 추행(醜行)시대에서 화간(和姦)시대를 거쳐 동거, 미래의 별거시대로 이어진다.
철기시대 고구려 연맹의 대모인 다비는 남편 주몽에게서 무한한 성적 쾌락을 얻지만 주몽은 늘 외롭다. 신라의 처용은 아내 자분홍을 믿지 못하여 끊임없이 임신을 시킨다.
어느날 자분홍은 여탐으로 변하여 다가온 주몽과 하룻밤을 보내는데 처용은 이들의 정사를 목격한다.. 이들의 시대는 사통(私通)의 시대이다.
"역사라는 이름의 발광체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프리즘을 들이대어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인간관계에서의 온갖 욕망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원씨는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우리의 시대별 생활상, 복식과 음식 및 토종ㆍ외래종의 유입시기를 조사하고 그것에 바탕해 이 작품을 썼다.
그러나 소설의 주제인 사랑의 일화들은 활달한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사실과 환상, 신화와 허구가 하나로 어우러진 실험적인 거짓말의 세계가 한판 풍속극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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