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졌던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의 이행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아일랜드공화군(IRA)이 1998년 평화협상 타결 이후 처음으로 무기 폐기 계획을 수일 내 밝힐 예정이라고 선데이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IRA는 총기류와 폭발물을 폐기하거나 시멘트로 봉인할 예정이다. 대신 영국 정부는 IRA 핵심인물을 감시하던 14개의 육군 감시탑중 2개를 없애고 북아일랜드의 경찰 개혁을 서두르기로 합의했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데이비드 트림블 수석장관은 "우리는 평화정착의 최종단계에 와 있다"면서 "IRA 무장해제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합의는 평화협정 이행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무기처리 문제에 대한 긴 교착상태를 끝내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IRA는 지금까지 일부 무기를 봉인하기는 했으나 폐기한 적은 없다. IRA는 현재 1,000여정의 소총과 7~8기의 SAM 미사일, 기관총, 화염방사기, 2톤 가량의 폭약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특히 북아일랜드에서 신ㆍ구교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와 그 의미가 크다. 최근 IRA가 신속하게 무장해제를 하지 않을 경우 신교세력인 얼스터 연합당(UUP)이 자치정부에서 탈퇴하고 영국 정부가 다시 북아이랜드를 직접 통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다.
IRA의 한 강경파 원로는 UUP가 자치정부를 붕괴시키는 것은 북아일랜드를 다시금 유혈분쟁터로 만드는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 달 들어 벨파스트의 한 학교에서 폭발이 발견돼 160명의 학생이 대피했으며, 한 세탁소에는 다이나마이트가 투척돼 인근 300세대의 주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1999년 12월 신ㆍ구교 정파의 참여로 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출범했으나 IRA가 무기반납을 거부하자 지난 해 2월 UUP가 자치정부에서 탈퇴 하고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의 자치권을 한때 박탈한 적이 있다. UUP는 IRA가 봉인한 무기를 사용권 밖에 두기로 발표한 뒤에야 자치정부에 복귀하는 등 IRA 무장해제는 북아일랜드 평화의 핵심이다.
아일랜드의 버티 아헌 총리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때맞춰 31일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아일랜드 평화이행 문제를 논의한다. 아헌 총리는 "IRA 보유무기의 폐기, 북아일랜드 내 영국 정부 시설의 비무장화,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권한 강화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RA에서 갈라져 나온 강경 분파인 리얼IRA가 무기반납을 거부하고 있어 평화정착에는 장애물이 많다. IRA가 계획대로 무기를 폐기할 것인지 여부와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에 보고될 존 채스텔린 IRA무기사찰관의 보고서 내용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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