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유화율 99.9%, 자본시장 및 외환시장의 전면자유화 실시, 수출입을 합한 교역규모는 3,350억달러, 외국인 투자기업체수 8,000개사 이상.경제지표상 나타난 우리의 세계화 수준이다. 인적 교류면에서도 지난해 입국한 외래관광객 535만명, 출국자수도 500만명을 넘어 해외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고 있다. 취업 등으로 국내 장기체류중인 외국인도 20여 만명에 달한다.
국경이 무의미해진 오늘날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촌의 구성원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할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에 대한 평가는 성숙한 세계시민과는 거리가 멀다. 무질서한 국민, 국수주의자 등의 시각이 아직 많다.
해외관광에서는 거칠고 교양없는 행동으로 '추악한 한국인'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며 교포들도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현지인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선진국들로부터는 OECD회원국에 걸맞지 않게 개방에 소극적이고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근원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강한 단일민족 의식이다. 이는 민족적 자부심이긴 하지만 타문화를 수용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 우리를 세계 문화와 유리된 상태로 만든 주원인이기도 하다.
외국인에 대한 뿌리깊은 배타적 시각도 한 몫 한다. 외세에 의한 강점, 침략으로 점철된 역사를 지닌 우리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데는 한계가 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국제적 교양과 타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과정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 이는 세계화만이 우리의 살길이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부강하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주도세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화라는 말에는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의미가 녹아있다. 세계시민이 된다는 것은 바로 다양성을 수용해 자신의 문화적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다.
경제든 문화든 체질을 강하게 만들려면 뒤섞여야 한다. 우성학적으로도 혼혈이 우성이듯 말이다. 아무리 신토불이라고 외쳐도 토종보다는 개량종이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경쟁력이 있음은 물론이다.
21세기의 키워드가 개방화, 세계화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가 숨쉬게 될 환경 자체가 세계화이고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대세라면 한시 바삐 적응해서 세계인이 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싱가포르, 스위스 등 우리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경제국가의 국민들이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존경받는 세계시민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김완순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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