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발(發)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다. '구조조정만 잘 끝나면 경기는 회복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미국경제의 경(硬)착륙과 일본경제의 디플레이션이 겹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구조조정과 관계없이 국내경제는 성장률 4%대의 심각한 불황에 빠질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다.■미국의 경착륙
적극적 감세정책과 금리인하에도 불구, 경착륙의 먹구름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26일 발표된 작년 12월 미국의 내구재 수주는 시장예상(마이너스 1.5%)과는 달리 전달보다 2.2%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계절적 영향이 큰 운송부문을 빼면 실질적으론 1.4% 감소, 경기둔화기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 JP모건, UBS워버그, 도이치은행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예상하는 올해 미국 성장률은 1.8~2.2% 안팎. 작년(5%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조짐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을 넘어 디플레이션(경기불황+자산가치폭락)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26일 발표된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0.7% 하락, 1999년 0.3%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통계작성 시작(1970년)이래 최대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면 채무자 입장에선 빚의 총액은 늘지않아도 실질적 채무부담이 커져, 기업채산성 악화→설비투자 부진→소비냉각의 악순환이 빚어지고, 담보가치 하락으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의 1,2위 수출파트너. 작년 1~11월 대미수출은 340억3,000만달러로 전체수출의 21.6%, 대일수출은 186억7,000만달러로 11.9%를 차지했다.
두 나라를 합친 수출비중(34.5%)은 총수출의 3분의1이 넘는다. 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비중이 약 53%에 달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약 20%가 두 나라 수출에서 좌우되는 것이다.
결국 미국ㆍ일본의 향배에 따라 올해 '경제농사'가 풍ㆍ흉작이 결정되며, 만약 '미국 경착륙+일본 디플레'가 맞물린다면 한국경제는 4%대, 혹은 그 이하의 심각한 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3%대에서 연착륙된다면 우리경제는 8%대 수출증가와 5%대 성장이 가능하지만 2%안팎으로 경착륙한다면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3~5%대로 하락하고, 성장률은 4.2~4.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8%로 하락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성장률이 1.2% 정도 하락하는 요인이 생긴다"며 "특히 일본경제의 불황심화로 엔저(低)가 가속화한다면 우리나라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악화해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는 '구조조정 완료=경기회복'이란 낙관적 등식에서 벗어나 미국ㆍ일본경제 악화에 대비한 '비상경기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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