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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장시대 / (中)남자처럼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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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장시대 / (中)남자처럼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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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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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도 식구 생각만 한다." "툭하면 연ㆍ월차 휴가를 내고 '아이들이 아파 병원에 데려다 준다'며 지각ㆍ조퇴를 한다." 남성들의 여성직장인들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적어도 요즘 여성가장에게는 이 같은 비난이 적절하지 않다.여성가장 가운데 야근이나 일요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워크홀릭' 을 찾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식 자리에도 끝까지 남아 '진정한 회사의 일원'임을 몸소 보여주고 싶어 한다.

물론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책임진 여성가장이라면 남성 못지 않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 자체에서 느끼는 강한 매력이 일벌레 여성가장의 기저에 깔린 심리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테헤란밸리의 물류벤처업체인 조은닷컴에서 5년째 총무사원으로 일하는 서은례(徐恩禮ㆍ37)씨는 맞벌이하던 남편이 최근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둔 이후 업무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아침 7시30분이면 자리에 앉아 그날 입ㆍ출금 계획서를 작성, 출근시간인 9시 이전에 대표의 책상 위에 올려 놓는다. 얼만 전만 해도 지각을 하는 바람에 오후가 돼도 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 전날의 물류현황보고서를 다음날 제출하던 것을 요즘에는 남들이 퇴근한 이후 밤9시까지 만들어 관련직원들에게 e_메일과 팩스로 보낸다.

"우리 네식구의 생활이 전적으로 이 직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맡은 일 못하면 집으로 가져가 밤을 새웁니다. 동료들로부터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 회식 자리도 빠지지 않아요. 이렇게 몇 개월 지내다보니 동료들이 '진짜 커리어 우먼이 돼가는 것 같다'고 칭찬해 주더군요."

여성가장인 2년차 자동차영업사원 양희순(40)씨는 회사에서 별명이 '일순이'이다.

휴일에도 집에서 고객들에게 하루종일 전화를 거느라 전화비가 한달에 20만원을 넘는다. 지난달에는 한 의류업체가 화물수송 차량으로 승합차 10여대를 한꺼번에 구입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2주일을 꼬박 해당업체의 구매담당자를 찾아가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매출 달성액에 비례해 지급되는 급여에서 양씨는 최근 6개월 사이 1위 자리를 다른 직원에게 내준 적이 없다. 양씨는 "처음에는 밀려나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는데 자꾸 하다보니 재미가 붙어 이제는 일이 즐겁다"며 '자동차 판매왕'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여성 직장인들은 승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가장들은 예외.

유영혜(가명ㆍ43)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12)과 딸(10)을 키우기 위해 1998년 종이가공업체에 생산직 사원으로 취직했다. 그런데 함께 입사한 남자직원들이 2년만에 반장이 된 반면 자신은 승진에서 누락되자 총무과장을 찾아가 따진 끝에 승진을 '쟁취'했다.

주방용품 제조업체 총무부장인 장경희(39)씨는 여성가장들이 외부활동에도 상당히 적극적임을 보여주는 사례. 남녀공학 고교를 졸업한 장씨는 동창회 창립 이후 20여년간 계속 남성이 회장직을 맡는 데 반발, 지난해 회장 선거에 나가 남성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당선됐다.

인력스카우트대행업체 리딩그룹 황수현(42) 대표는 "지난해말 디자인과 벤처업계 등에 여성가장 30여명을 취직시켰는데 경영자들이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며 "21세기에는 여성가장이 훌륭한 인력공급원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야근 月 3.8회 "남성과 똑같아요"

근로자행동연구회가 최근 서울시내 100인 이상 고용 사업장 50곳을 조사한 결과, 여성가장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51.4시간으로 남성근로자의 52.1시간과 거의 비슷했다.

야근 횟수는 여성가장이 월 3.8회로 남성 근로자의 3.9회와 별 차이가 없었고, 휴일 근무도 월 1.1회로 남성 근로자의 1.4회에 육박했다.

다만 밤을 꼬박 새는 철야근무는 남성 근로자 1.3회의 15% 수준인 0.2회에 그쳤다. 이는 숙직근무에서 여성이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가장은 맞벌이 여성에 비해 노동시간이 주당 3시간 많고 야근도 월 0.3회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장이 여성근로자 가운데는 일을 많이 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서울여성정책포럼 조사에 따르면 직장여성의 회식 횟수는 1998년 월 1.3회에서 99년 1.4회, 지난해 1.8회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여성가장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된다.

입력시간 2001/01/2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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