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끝에 물난리가 있었다. 얼었던 수도관이 녹으며 터진 탓이다. 폭설이 내렸지만 정작 먹고 씻을 물은 없었다.여름철 집중호우의 물난리도 해마다 반복된다. 물은 많으나 쓸 물이 없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물자원의 현황이자 문제이다.
국내 강수량은 세계 평균치의 1.3배(연 1,274㎜)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수자원량은 세계 평균의 12%(2,755㎣)에 불과하다.
유엔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최근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고, 2025년엔 '물 기근 국가'로까지 전락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민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의 양이 1995년 1,472㎥에서 2025년 1,258㎥로 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세계 물소비량은 지난 40년간 3배가 늘었다.
20년 뒤면 '물쓰듯 한다'는 말의 의미가 뒤바뀔지 모른다. 우리나라나 선진외국들이 수자원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하거나 연구 중인 여러 방안을 알아본다.
■해수 담수화
지구 물의 97.4%를 차지하는 바닷물은 나머지 2.6%의 민물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을 활용하는 인간에겐 엄청난 수자원이다.
그래서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담수화 기술 연구가 한창이다. 증류법 또는 막여과법으로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에서 해수를 담수화해 식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해안 다도해 지역과 독도 등에서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게 한계이다. 일반 정수시설에 비해 생산 단가가 2.5~5배 정도 높은 실정이다.
■인공 강우
구름은 있으나 응결핵이 없어 비를 내리지 못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요오드화은(Agl), 나트륨(Na), 리튬(Li) 등을 구름 속에 뿌리면 습기를 흡수하는 비씨(cloud seed) 역할을 한다.
1995년부터 기상청 기상연구소가 인공강우 실험에 착수해 10여 차례 항공ㆍ지상실험을 실시했다. 항공기에 연소탄발사기 같은 장비를 실어 하늘에서 비씨를 뿌려주거나 요오드화은 용액을 태워 연소기로 하늘로 쏘아올려 비를 터지게 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호주 등에서 인공강우 실험이 활발한 편으로 평균 10~20%의 강수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수도
상ㆍ하수도의 중간 개념인 중수도는 한번 사용한 물을 공업용수나 생활용수 등으로 다시 쓰는 재활용 수단이다.
도심에 작은 댐을 건설하는 효과가 있어 물걱정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수량이 줄어드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현대 대형 공공건물에 중수도 사용을 의무화, 권장하고 있다.
■지하수 개발
지구상의 민물은 빙산ㆍ빙하가 68.7%, 지하수가 30%를 차지하며 나머지 1% 남짓이 호수, 강, 늪 등 지표수와 대기 중에 존재한다.
지표수의 30배가 넘는 물이 지하에 있다는 뜻이다. 1993년 25억㎥였던 지하수 이용량은 1998년 37억㎥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하수는 일단 고갈되거나 오염되면 원상회복이 힘들고 지반침하 등 부작용도 있어 조심스럽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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