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 新星·백조자리 펄스파 관측통해 블랙홀의 '경계' 현상발견최근 블랙홀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X선 망원경 찬드라 연구팀과 허블우주망원경 연구팀의 성과다.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그래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검은 구멍 블랙홀을 어떻게 관측할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연구팀은 블랙홀만 갖고있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관측했다.
'사건의 지평선'이란 블랙홀의 중력권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 즉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센터의 마이클 가르시아 박사팀은 찬드라로 12개의 'X선 신성(新星)' 중 블랙홀 후보를 관측한 연구결과를 미 천문학회에서 발표했다.
'X선 신성'은 X선이 강하게 나왔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것이 신성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천체 주위를 태양 같은 별, 가스구름 등이 돌고 있는 구조다.
무거운 천체는 물질을 끌어당기므로 뜨거운 가스가 흐르면서 X선이 나온다.
이 정도 무거운 물질은 블랙홀 아니면 중성자별뿐이다. 중성자별이라면 끌려온 물질이 중성자별의 딱딱한 표면에 부딪힐 때 막대한 에너지가 나온다.
반면 형체나 껍질이 없는 블랙홀이라면 끌려온 물질이 '사건의 지평선'에 다다라 조용히 소멸하게 된다.
'사건의 지평선'에 이르기까지 약간의 에너지가 나올 뿐이다. 가르시아 박사팀이 12개 신성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 분출량이 100배나 차이가 났는데 100분의 1의 에너지를 분출한 것이 바로 블랙홀의 지평선이라는 결론이다.
미 항공우주국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조셉 돌란 박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자외선을 관측, 비슷한 결론에 다다랐다.
이들은 백조자리 XR-1 주위를 소용돌이치는 가스구름으로부터 자외선 펄스파를 관측했다. 찬드라 팀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펄스파는 6~7회 깜박인 후 사라졌다.
가스구름이 '사건의 지평선'이 아닌 천체와 부딪힌 것이라면 역시 천체의 표면에 부딪혀 밝게 빛났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제 블랙홀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한 걸까? 그러나 블랙홀의 발견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 '사건의 지평선'조차 뭔가 부딪히면 찰나의 순간 뒤 광속으로 빨려들어가므로 직접 관측할 수는 없다.
가르시아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보지 못함으로써 뭔가 발견했다.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것이 우리가 해낸 일이다."
■블랙홀과 화이트홀
최근 '블랙홀이 불쑥불쑥'(김영사 발행)을 펴낸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박사는 "블랙홀은 모든 것을 끌어당기기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블랙홀 주변에선 큰 에너지가 분출된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천문학자들이 쌍성(雙星)에 주목한 이유도 블랙홀 주변을 볼 수 있기 때문. 쌍성 중 질량이 큰 별이 블랙홀이 되면 다른 별은 블랙홀을 돌게 된다.
블랙홀 자체는 아무 것도 없는 질량 덩어리다. 그러나 블랙홀 주변은 별 또는 가스구름 등이 소용돌이치면서 원반을 형성하고 마찰에 의해 수백만 도나 뜨거워진다. 그러면 X선이나 감마선 등 고에너지의 빛을 방출한다.
반면 1974년 영국의 석학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 자체에서 빛이 나오는 '호킹복사'를 제시했다. 블랙홀이 반입자(입자와 질량은 같고 전하가 반대인 것)를 끌어당기고 입자를 놔두면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호킹복사다.
블랙홀도 빛을 내고, 질량이 줄어 없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호킹복사 이론에 따라 블랙홀과 정반대 개념인 화이트홀(모든 것을 다 내놓는 구멍)도 과학적 입지를 갖게 됐다.
공상과학 소설에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웜홀(벌레구멍)이 시간여행의 수단으로 즐겨 등장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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