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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렇게] (5) 최창신 전조직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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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렇게] (5) 최창신 전조직위 사무총장

입력
2001.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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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처음 만난 사이라 해도 서로 옆자리에 앉아 15분 정도 아무 말을 안하면 상대를 아주 싫어한다는 표시이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들었다.과연 그랬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대를 만나도 서양인들은 스스럼없이 대화를 잘도 주고 받는다. 그런 생활태도가 좋다 나쁘다는 평가나, 왜 서양인들은 그렇게 주책스러워 보일 정도로 대화를 즐기는가 하는 분석 등은 접어두자.

월드컵대회 때 우리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손님으로 맞아야 한다.자연스럽게 그들의 다양한 생활습관과 접하게 된다. 아주 해괴망칙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주인으로서 그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불편하지 않게 해주어야 될 것이다.

다른 덕목은 몰라도 '상냥하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기'는 그리 쉽게 될 것 같지 않다.

일반인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반드시 대화가 필요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경우 적어도 지금 상황같아서는 비관적이다.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밝혔을 때 잘 알겠다고 응답하는 기사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아예 대화를 거부하려는 듯 라디오를 크게 틀고 운행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택시기사와 승객 사이에 이런 식으로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그건 택시영업 자체의 존립을 거부하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식당, 그 중에서도 대중음식점에 가면 가관이다. 손님의 주문을 받아 적는 종업원을 보기가 힘들다. 물컵을 아예 내동댕이치듯 테이블에 갖다 놓는 것은 오히려 애교.

주문사항을 얼마든지 조용히 처리할 수 있을텐데 카운터나 주방을 향해 큰 소리로 전달해대니 손님들은 넋이 나갈 지경이다. 이건 또 다른 폭력이다.

우리는 도무지 '남을 배려'할줄 모르는 나라에 살고 있다.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와 같은 말의 사용빈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가 바로 우리가 아닌가 싶다.

월드컵 얘기만 나오면 덮어 놓고 조직위원회를 들먹거리는 분들이 많은데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이런 일은 조직위가 나설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 각자가 조용히 연습하고 실천하면 된다. 누군가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면 적합한 단체가 있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추진협의회가 그것이다. 국무총리를 지내신 원로를 수장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이 바로 '질서 청결 친절'. 예산확보와 행정력유지 차원에서 이 법인체를 보다 강화시키고 좀더 확실하고 강력하게 범국민적 캠페인을 펼쳐 나갔으면 좋겠다.

최창신 전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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