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27일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여자단식서 세계 1위 힝기스를 꺾고 우승한 제니퍼 캐프리애티(24ㆍ미국)는 기자회견장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3세 때 아버지 스테파노의 권유로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은 그에게 메이저대회 우승은 너무 늦게 찾아 왔다. 그의 타고난 천재성은 '만14세 미만은 프로순회경기를 뛸수 없다'는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 규정까지 바꾸게 만들었다.
13세 때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단번에 세계랭킹을 8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듬해 최연소로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4강에 진출했고 2년 뒤 바르셀로나올림픽 결승서 '테니스여제' 슈테피 그라프(독일)마저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크리스 에버트의 기술에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이상 미국)의 힘을 합쳐놓은 '여자테니스의 미래'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스포트라이트는 어린 그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웠다. 또 조그만 실패에도 쉽게 중심을 잃어버리곤 했다. 92년 호주오픈서 4강진출에 실패하자 코트서 울음을 터뜨렸고 93년 US오픈 1회전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좌절감을 맛봤다.
상실감을 견디다 못해 그해 겨울 플로리다주 한 상점에서 반지를 훔쳐 구속됐고, 급기야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투어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때 A학점만을 받았던 모범생은 테니스가 뜻대로 되지않자 학교마저 낯설었다. 파티장서 마리화나를 갖고 있다가 붙잡히는 등 학교보다 경찰서를 더 자주 들락거렸다. 94, 95년 2시즌을 모두 걸렀던 캐프리아티는 96년 컴백했지만 톱랭커의 위력을 되찾지 못했다.
98년 세계랭킹 101위까지 침몰했던 그가 또 다시 재기의 신호탄을 쏜 결정적인 계기는 테니스 선수로 뛰는 남동생 스티븐의 충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캐프리애티는 마르티나 힝기스(20ㆍ스위스)와 악수를 끝낸 뒤 곧장 휴대폰으로 스티븐에게 소식을 전했다. "이제야 테니스를 좀 알 것 같다"는 그는 "올해를 반드시 나의 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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